보이스피싱 등 사이버 금융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이버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당할 때 본인이 당한 손실을 최대한 줄여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현행 상품에선 자칫 실수로 발생한 행위나 이에 빠른 배상책임 등은 보장하지 않아, 보장범위 확대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 금융범죄 손실을 줄여주기 위한 보험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사이버 금융범죄란 전화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소비자에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말한다. 범죄자가 소비자를 속여 계좌번호나 비밀번호, 보안카드 등 개인 금융정보를 탈취해 돈을 빼앗는 형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삼성화재는 '안전생활 파트너' 상품에서 특약으로 보이스피싱에 따른 금전적 손실을 보상한다. 또 사이버상에서 명예훼손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인터넷 직거래 사기를 당한 경우에도 보상받을 수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 중 70% 수준이 해당 특약에 가입하고 있다”며 “사이버 금융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특약으로 이런 범죄를 종합 보장해 많은 고객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도 이 같은 사이버 위험을 종합 보장하는 '하이사이버안심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개인 인터넷 쇼핑몰 사기 피해는 물론 인터넷 직거래 사기 피해, 사이버 금융범죄(피싱·스미싱·메모리해킹)로 인한 금전 피해 등을 보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아직 상품 초기라 판매는 많지 않지만, 사이버 금융범죄를 우려하는 소비자들에게 피해 시 손실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의 사이버 금융범죄 대상 상품은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 금융범죄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기준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지난해 4만8743명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전체 피해액은 금감원이 2014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금액인 4440억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134명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평균 910만원 손해를 봤다.
따라서 최근 사이버보험 가입 의사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개인 사이버보험 가입의향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2440명 중 56% 수준이 이런 사이버 금융범죄 대응을 위해 가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다만 현재 사이버보험 보장 범위가 본인이 당한 범죄에 한정돼 고도화한 금융범죄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다. 일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의적인 전자메일을 실수로 전달할 경우 가담한 사람도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현행 상품에서는 보장이 불가능하다.
박정희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행 사이버보험은 본인의 손해를 보장하는 보험에 국한돼 이 같은 보상이 불가하다”며 “따라서 제3자에까지 보장범위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