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 출범도 100일이 됐다.
작년 12월 홍 부총리 취임 때 우리 경제상황은 '우울함' 자체였다. 작년 중순부터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해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의 '구원투수' 역할에 기대가 컸던 이유다.
100일이 지난 지금, 경제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각종 경제정책이 발표됐지만 획기적 대안은 눈에 띄지 않았다. 주요 경제지표는 여전히 악화일로다. 다만 100일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 부족한 시간이라는 평가다. 최근 기업·소비자 심리 등 일부 지표는 개선 조짐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활력 강조했지만…성과 가시화는 '글쎄'
홍 부총리 취임 후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경제활력대책회의'(이하 경활) 신설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 때에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주요 경제정책을 논의·확정했다. 홍 부총리는 '경제활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경활을 별도 신설했다.
홍 부총리는 통상 매주 수요일 경활을 열어 경제정책을 논의했다. 가장 최근이 10번째 회의였으니 지난 100일간 거의 매주 모임을 가진 셈이다.
경활에선 다양한 분야 굵직한 정책이 여럿 발표됐다. 대표적으로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최저임금 연착륙 지원 및 제도개편 △재정 조기집행 △공유경제 활성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및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 △정보통신기술(ICT) 고도화·확산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 및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 △수출활력제고 △민간투자사업 등이 꼽힌다.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쉴 틈이 없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2기 경제팀은 열정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이런 노력은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기 상황을 간명하게 보여주는 경제지표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이하 동행지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이하 선행지수)가 있다. 동행지수는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며, 선행지수는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수치다.
동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행지수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선행지수는 작년 6월부터 8개월째 하락했다.
지난해 '역대 최악' 고용난도 여전하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1월 1만9000명에 머물렀고, 2월은 26만3000명을 기록했지만 '노인일자리 효과'를 제외하면 여전히 1만명 안팎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와 수출 부진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을 방문한 국제통화기금(IMF) 미션단은 연례협의를 마친 후 “한국은 중단기적으로 역풍에 직면하고 있고 리스크는 하방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성장은 투자, 세계교역 감소로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개선 조짐도…“성과 내기에 100일은 짧은 시간”
다만 최근 들어 일부 긍정적 시그널이 포착됐다. 특히 경제주체의 '긍정적 심리'가 확산된 점은 의미 있는 변화라는 평가다.
한국은행의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는 69로 전월보다 2포인트(P) 올랐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3월 전체산업 업황 전망 BSI는 76으로 8P 올랐다. 상승 폭은 2009년 9월(87) 8P 오른 이후 최대다. 특히 제조업 업황 전망 BSI(76)는 11P 상승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5로 한 달 전보다 2P 올랐다. CCSI는 작년 11월(3.5P) 하락 후 12월(1.2P) 상승으로 반등했고, 1월(0.6P) 오른 데 이어 2월에도 상승했다. CCSI는 소비자가 경기를 어떻게 느끼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2003~2018년 장기평균을 기준(100)으로 잡아 산출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기업·국민의 긍정적 전망은 실제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최근 BSI, CCSI 지표 개선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일시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1월 생산·투자가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인 것도 긍정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연초 산업활동, 경제심리 지표 개선 등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기재부는 작년 9월까지 우리 경제를 '회복세'로 평가하다 10월부터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100일은 경제정책 성과를 내기에 짧은 시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 사례로 수출이 꼽힌다. 최근 우리 경제 둔화 최대 원인은 수출이다. 지난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황을 이어갔지만 작년 12월부터 수출이 감소를 시작해 올해 2월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는 수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4일 '수출활력제고대책'을 냈고, 아직은 이에 따른 효과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2기 경제팀 출범 100일은 의미 있는 시기이지만 주요 거시경제 정책이 효과를 내기엔 짧은 기간”이라며 “앞으로 경제지표가 어떻게 개선되는지에 따라 대책의 실효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