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 속의 사회적 메시지로 대중의 마음 한켠을 묵직히 울려온 '가객'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40년 가수인생을 돌아보며, 시대적인 가치를 새롭게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는 '정태춘·박은옥 40 Project'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간담회는 배우 권해효의 사회로 정태춘·박은옥 등 두 아티스트와 함께 이은 명필름 대표, 박준흠 대중음악기획자,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등이 참석, '정태춘·박은옥 40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부분을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특히 7년 만의 새 앨범과 공연 등을 비롯한 사회문화계 전반에 걸친 프로젝트로 정태춘·박은옥 두 아티스트가 상징하는 사회음악적 가치를 돌아볼 수 있는 대단위 행보가 펼쳐질 것을 예고했다.
'정태춘·박은옥 40 프로젝트'는 대중과 함께 음악으로 호흡하며 사회저변 현실을 공감하는 아티스트 정태춘·박은옥을 바라보며, K팝 일변도의 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과 '대중과 호흡하는 음악'으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되살리자는 취지로 진행되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오는 11월까지 음악-전시-학술포럼 등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는 가운데, 40주년 기념앨범 '사람들 2019'와 기념 콘서트 '날자, 오리배' 등 음악영역과 시집·가사해설·평론 등 출판, 트리뷰트전 '다시, 건너간다' 등으로 대중접점을 크게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순(耳順)의 목소리로 듣는 감성현실 멜로디' 정태춘·박은옥 40주년 앨범 '사람들 2019'
먼저 40주년 기념앨범 '사람들 2019'는 정태춘·박은옥 부부와 딸인 싱어송라이터 정새난슬이 만드는 작품으로 '노인의 목소리로 부르는 젊은 날의 노래'라는 콘셉트 속에서 신곡 '외연도에서' '연남, 봄날' 등과 정태춘의 대표곡 '빈 산' '나그네' '고향' 등 리메이크 버전이 수록될 예정이다. 특히 기타를 중심으로 반주를 최소화하며 정태춘 특유의 서정적인 가사를 음미할 수 있는 형태로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정태춘은 “어쩌면 준비 없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 40년 동안 노래를 해온 것 같다. 노래로 내 존재와 실존적 고민, 메시지를 모두 담아오고자 했다. 한동안 음악 속에 담긴 내 고민에 대중의 피드백이 없어서 음악을 접겠다 닫겠다 했지만, 여전히 제 속에는 그 이야기가 있고 그것이 사람 속에 드러나기를 바랐다. 그런 찰나에 주변의 권유를 받아 앨범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태춘은 “젊은 시절 노래를 지금의 목소리로 불러 보자는 딸(정새난슬)의 말에 따라 '사람들'의 가사를 재구성한 '사람들 2019'를 필두로 지금 제 목소리로 부르는 제 대표곡을 새롭게 담고, 1995년도 여행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만들었던 '외연도에서'와 가족의 새 출발을 기원하는 '연남, 봄날' 등의 신곡을 담았다”라고 말했다.
박은옥은 “2012년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음반 이후 새 앨범이다. 정태춘의 음악이 초기의 서정적인 노래에서 점차 사회적으로 변해왔다고 생각들하시는데, 사실은 개인의 감성일기를 뜻하는 초반과 달리 사회적인 일기라고 보실 수 있고 그 서정성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음반 가운데 '연남, 봄날'은 몇 년간의 어려운 가족사가 담겨있는 곡으로, 당초 제 목소리가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감정상 정태춘만큼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그의 녹음으로 마무리됐다. 이 곡이 앨범 중 정태춘의 감성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40년 가객, 대중과 다시 노래하다' 정태춘·박은옥 40주년 콘서트 '날자, 오리배'
기념 콘서트 '날자, 오리배'는 박은옥의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로 함께 무대에 섰던 이들이 10년 만에 대중과 만나 음악으로 현실을 공감하는 무대다.
특히 6개월(4~6월, 9~11월)로 예정된 전국순회 공연을 통해 정태춘·박은옥 음악 특유의 서정성과 함께 따뜻함과 다양한 메시지를 나누면서, 당대의 청춘인 기성세대부터 현재 젊은 세대까지 함께 아우르는 뜻 깊은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부 일정은 내달 13일 제주(제주아트센터)를 시작으로 △4월30일~5월7일 서울(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5월10~11일 부산(부산시민회관)△5월18일 전주(전북대 삼성홀) △5월25일 창원(성산아트홀) △6월8일 철원(DMZ PEACE TRAIN 뮤직페스티벌 참가) △6월22일 양산(양산문화예술회관) 등이며, 9~11월에도 대전·대구·광주·강릉 등 7곳에서 공연과 서울 앵콜공연(1회)가 펼쳐질 예정이다.
정태춘은 “한동안 가요계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많은 사람과 팬을 만났다. 그 와중에 제 이야기를 오랫동안 진지하게 들어준 분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감사한 뜻으로 마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은옥은 “정태춘과 함께 40년간 노래를 하면서 오랫동안 노래하게 해준 분이 주변에 많이 계신다는 점에서 정태춘과 제가 인복이 많다고도, 감사하다고도 생각했다”라며 “이 자리는 그에 따라 만들어진 자리라고 생각한다. 다소 열심히 활동하지 않았던 두 사람을 기다려준 수많은 분께 보답하겠다는 생각을 담고 만들어진 것이다. 많은 분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문화계, '정태춘·박은옥으로 본 대중음악사' 재조명
아울러 정태춘 음악에 담긴 서정적인 가사를 다룬 해설집(필자 오민석)과 평론집(필자 강헌), 정태춘이 직접 쓴 시들을 엮은 시집(노독일처[복간], 슬픈런치[초간]) 출판을 비롯해, 음악활동을 중단하면서 쓴 그의 '붓글' 30점과 다양한 예술가들의 트리뷰트 작품이 전시될 '다시, 건너간다' 등은 음악 속에 담긴 정태춘의 감성과 사회적 인식 등을 새롭게 곱씹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태춘은 “복간될 노독일처를 포함한 두 권의 시집과 가사와 에피소드를 담은 에세이 등과 함께, 가요활동을 중단하면서 쓴 붓글씨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특히 붓글씨는 노래로 담아왔던 제 이야기를 새롭게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라 생각해, 전시에서도 다양한 생각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박준흠 대중음악기획자를 비롯해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최규성 평론가,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등 39인의 대중음악 전문가가 만드는 트리뷰트 출판과 앨범·콘서트(예정) 등과 함께 아카이브 형태의 자료집과 다큐 뮤직영화 등으로도 만들어져 대중에게 신선한 음악적 매력을 전함은 물론 국내 대중음악사에서 정태춘·박은옥이 갖는 가치를 새롭게 조명할 예정이다. 이은 명필름 대표는 “정태춘·박은옥 40 Project는 그들을 사랑하는 가수·배우·감독 등 문화인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다. 정태춘·박은옥 작품을 생생하게 다시 만난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지만, 행사 간 관객과 호흡하며 대중음악의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준흠 대중음악기획자는 “정태춘·박은옥은 112년 대중음악사에서 특별한 존재다. 이들은 대중음악에 인문학 영역을 더할 수 있도록 한 인물이자 인디뮤지션의 창작자유를 보장해줬다”며 “이번 프로젝트에서 예술의 사회적 의미를 대중에게 전하는 깊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