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트부문 선행연구 조직인 삼성리서치 해외 연구개발(R&D) 센터를 재편했다. 현지 사업 조직과 시너지 강화, R&D 효율화 등을 위해 기존 22개였던 R&D 센터를 14개로 압축했다. R&D 기능 가운데 사업화에 가까운 연구는 현지 법인 또는 사업부와 합친다. 삼성리서치는 선행 연구만 수행하면서 사업화 연계 R&D를 강화한 조치로 해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리서치 해외 R&D센터(한국 제외)를 기존 15개국 22개 센터에서 12개국 14개 센터로 개편했다.
기존 삼성리서치 R&D센터 가운데 중국 3곳(광저우, 선전, 톈진), 인도 2곳(노이다, 델리), 캐나다, 브라질, 방글라데시 센터를 사업부와 통합했다. 개편으로 삼성리서치 R&D 센터에서 빠진 곳의 인력은 대부분 무선사업부로 이관됐고, 네트워크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로도 일부 이관됐다.
이번 개편은 글로벌 R&D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각 지역 사업 비중과도 관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R&D 센터를 5곳 운영하다가 이번에 3곳을 사업부와 합치고, 베이징과 난징 두 곳만 운영한다. 중국 R&D센터 조정은 현지 생산 축소 영향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선전 통신장비 공장을 폐쇄했고, 지난해 말 톈진 휴대폰 공장도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지속 하락하고, 생산 네트워크도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이전하면서 중국 내 R&D 기능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에서는 3곳 가운데 2곳의 R&D센터를 없애고 벵갈루루 R&D센터만 운영한다. 2곳이 줄었지만 중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 생산 라인도 확충하고 있다. R&D 역시 강화하고 있다. 특히 벵갈루루 R&D센터는 소프트웨어(SW) 연구 등에 특화된 곳으로, 한국을 제외한 해외 R&D센터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번 개편을 통해 인도 내 R&D 기능을 집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노이다와 델리 R&D센터 기능은 사업부와 통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노이다 휴대폰 신공장을 준공했고, 가전 공장도 증설하면서 R&D 기능을 사업부로 합쳤다.
캐나다와 브라질 역시 R&D를 강화하는 지역이지만 센터를 없애고 현지 법인으로 운영을 이관하기로 했다. 해외 법인 운영 등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캐나다에는 삼성리서치 산하 인공지능(AI) 연구소가 별도로 있다.
삼성리서치는 세트 부문 선행 연구를 담당하는 DMC연구소와 SW센터를 통합, 2017년에 출범했다. 출범 당시 24개 연구 거점 2만여 명의 인력으로 출발했다. 이번 R&D센터 개편 과정으로 기능과 인력 일부가 현지 법인으로 이관되면서 인력 변화도 있었다. 삼성리서치 해외 연구 인력은 1만여명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삼성리서치 인력과 합쳐도 출범 당시보다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리서치 개편은 제품 연구 등 사업화에 가까운 연구는 사업 조직으로 합치면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삼성리서치 R&D 센터에서 무선사업부 등으로 운영을 이관한 것이고, 연구 기능과 인력 등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