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가 지속됐다. 이번 미세먼지는 갖가지 불명예 기록을 갈아 치웠다. 서울·인천·경기·세종·충남·충북은 비상저감조치가 7일 연속 발령돼 '최장' 신기록을 세웠다.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달 1일부터 엿새 연속 '매우 나쁨(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76㎍/㎥ 이상)' 상태를 이어가며 역시 최장 기록을 새로 썼다. 5일 서울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35㎍/㎥을 기록했다. 연평균(25㎍/㎥)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2015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1월 14일 관측 사상 최고였던 129㎍/㎥를 두 달여 만에 넘어섰다.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을 덮고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기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기간, 우리나라 주변 기압 배치가 미세먼지 확산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중국 남부에서는 발달한 고기압이 서해상으로 이동했고 일본열도 부근에는 저기압이 강하게 발달했다. 고기압이 시계 방향 공기 흐름을 만들면서 중국 내 오염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됐다. 평소 같으면 하루 이틀 한반도에 머물다 사라져야 했지만 고기압이 지속 서해상에 머문 이상 현상이 지속됐다. 일본 열도에 발달한 저기압이 고기압 이동을 막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로 인해 동풍이 불면서 미세먼지를 품고 있는 서풍 흐름까지 막았다.
한반도 상공에선 기온 역전층이 형성됐다. 평소보다 추위가 일찍 물러나면서 남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빨리 유입됐다. 이 공기가 기존에 있던 차가운 공기 위로 올라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무풍지대가 됐다.
대기는 상공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지만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상공이 하층보다 기온이 높은 현상이 잦아졌다. 이때 공기 흐름이 둔화되면서 오염물질이 확산되지 못하고 미세먼지 등이 대기에 정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역전층으로 인해 공기 상하 이동이 느려지면서 지표면을 중심으로 먼지나 수분이 모여 안개 혹은 스모그가 발생했다. 도시에서는 공장의 오염 물질이나 차량의 배기가스 확산을 막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더불어 다양한 오염물질이 섞이는 칵테일이 만들어졌다. 지난주 미세먼지 외 질소산화물 다양한 오염물질 농도도 평소보다 크게 높았다.
최악의 피해를 남긴 역사적 대기오염 사건의 상당수가 역전층과 연관됐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1952년 영국 런던 스모그, 1954년 7월 로스앤젤레스 스모그가 대표적이다. 런던 스모그 당시 2주 동안 4000명이 사망하고 이후 2개월 동안 8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전 연령층에서 만성기관지염·천식·기관지 확장증·폐섬유증·심장질환이 발생했다. 런던은 이후 1956년 대기오염청정법을 제정, 가정난방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대체했다. LA에서는 시민의 60% 가까이가 눈·코·기도·폐 등의 점막 자극을 호소했다. 가축·농작물 및 고무제품 노화 등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다. LA는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방지대책을 강구하고, 주요 배출원인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강력 규제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대책을 내놓기 쉽기 않다. 미세먼지 발생원이 상당 부분 중국에 있는데다 이상 고온 현상 등 대기오염 확산이 어려운 조건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