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9개월째 '2018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프랑스 르노 본사에서 노사 협상 '데드라인'을 8일로 정했지만 여전히 갈등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데드라인을 넘기면 위탁 생산하는 닛산 '로그' 후속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 5~7일 사흘 동안 임단협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집중 교섭에 나섰다. 지난 5~6일 협상 테이블에서는 서로 입장차만 재확인했을 뿐 진전이 없었다. 사측은 이날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망관리부문 총괄부회장이 정한 데드라인인 8일 최종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부산공장을 찾아 노조원과 다섯 차례 간담회를 갖고 “늦어도 3월 8일까지 임단협을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르노삼성차 노사 분규가 장기화하고 생산비용이 상승하면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에서 경쟁력을 상실한다”고 협상 탸결을 촉구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6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약 9개월간 총 18차례 협상테이블을 가졌다. 설립 이래 가장 많은 42차례, 160시간에 걸쳐 부분 파업이 단행됐다. 이로 인해 르노삼성차는 1700억원 이상 생산차질 피해를 입었다.
임단협에서 가장 큰 쟁점은 기본급 인상이다.
르노삼성차는 2015~2017년 3년 연속 '무파업' 협상을 이뤄냈다. 노사 양측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서로 양보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르노삼성차는 SM6, QM6 등 신차 출시와 함께 경영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노조 측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지금까지 양보했던 부분에 대한 보상으로 기본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노조는 기본급을 10만667원 올려달라는 요구와 함께 자기계발비를 2만133원 인상하고, 특별격려금 3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에 회사 측은 노조가 인상을 요구하는 기본급은 동결하되 보상금을 지급하는 안을 내놨다.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생산격려금 350%, 초과이익분배금 선지급 300만원 등 일시 지급 총 보상액을 최대 1400만원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가 이를 거부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기본급을 2016년 3만1200원 인상한 데 이어 2017년 임단협에서 국내 완성차 최대 수준인 6만2400원을 인상했기 때문에 기본급 추가 인상 여력이 없다”면서 “추가로 임금을 인상하면 부산공장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게 돼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에 불리할 수 있어 노사 간 이해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투자 계획을 밝히고 구조조정 중단 등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2년 이후 구조조정으로 근로자 1600명이 회사를 떠난 상황에서 작업량은 크게 늘어나면서 노동자 건강권과 안전에 위협을 받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차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술사용료, 연구비, 용역수수료, 광고판촉비 등 명목으로 자금을 유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차가 임단협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게 되면 실제 로그 후속 차종에 대한 수주가 어렵게 된다. 로그는 2014년 8월부터 지금까지 50만대 이상 위탁 생산해서 미국에 수출된다. 로그는 연 평균 12만~13만대 생산돼 르노삼성차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출 물량의 70% 이상을 각각 차지한다. 로그와 같은 볼륨을 수주하지 못하면 2012년 이후 어려운 구조조정으로 이뤄낸 '리바이벌' 프로그램 성과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