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쌀 소비량 감소 추세 속에서 CJ제일제당이 가정간편식(HMR) 대표 제품 '햇반'을 중심으로 국산 쌀 소비진작과 지역 농가와 상생을 위한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햇반을 비롯해 햇반컵밥, 냉동밥 등 쌀 가공품 제품 생산에 사용할 용도로 국산 쌀 6만톤 이상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36% 구매 물량을 늘린 것으로, 햇반(210g) 단일 제품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5억7000만개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1996년 12월 햇반 출시를 기점으로 CJ제일제당은 국산 쌀 구매 물량을 2001년 800톤에서 2011년 1만3000톤으로 16배 이상 늘린 것에 이어 지난 해에는 4만4000톤을 구매하며 최근 10년간 전년 대비 평균 20%가량 늘려왔다. 잡곡 역시 지난해 구매 물량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높이는 등 국산 잡곡도 해마다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는 국민 식생활 변화로 1인당 쌀 소비량이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햇반, 햇반컵반, 냉동밥 등 쌀 가공품이 한국 고유 쌀밥문화를 계승하며 국산 쌀 소비 진작에도 기여하는 대표 HMR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많은 외식, 배달음식, 대체 식품들로 인해 밥을 직접 해먹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소위 '쌀 이탈자'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국산 쌀 소비자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해마다 국내 식량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쌀 가공품용 쌀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농림부 2017년 발표 자료와 업계 추정에 따르면 식량 수요량은 2015년 323만톤에서 지난해 315만톤으로 4%가량 줄고, 쌀 가공품은 2015년 58만톤에서 지난해 75만톤으로 약 30% 늘어났다.
지난해 쌀 생산량 397만톤 가운데 약 70%는 일반 식량용으로 사용되고, 20%(75만톤)는 쌀 가공품용으로 쓰였는데(통계청 2018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 쌀 가공품 중에서도 비중이 30%로 가장 높은 음료 품목의 쌀 사용량은 2011년 31만톤에서 지난해 25만톤으로 줄어들었다.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떡류(23%)는 16만톤에서 17만톤으로 소폭 증가한 것에 그쳤다.
이에 비해 쌀 가공품 20% 비중을 차지하는 즉석밥·도시락 품목 쌀 사용량은 2011년 7만8000톤에서 14만7000톤으로 두 배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카테고리에서 햇반, 햇반컵반, 냉동밥 쌀 물량 비중은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이 제품들 생산을 위한 쌀 구매량을 더욱 늘린다. 햇반 등 CJ제일제당 쌀 가공품 제품이 국내 쌀 가공식품 시장 성장을 견인하며 남아도는 쌀 문제 해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CJ제일제당은 이에 사명감을 갖고 쌀 구매에 있어 농촌경제와 상생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산, 진천, 익산 등 10여개 이상 지역과 계약재배해 농가에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이천, 아산 등 전국 유명 쌀 산지의 자체 브랜드를 햇반 이천쌀밥(2010년), 햇반 아산맑은쌀밥(2015년)과 같은 햇반 제품으로 상품화해 지역 브랜드를 알리는 활동도 하고 있다.
아산시는 햇반용 쌀 재배와 공급을 계기로 보다 안정적인 농가 소득을 기대하게 된 지역 중 하나다. 2013년부터 선장면과 도고면을 중심으로 CJ제일제당과 계약재배를 시작했는데, 지역에 전무했던 햇반용 쌀 계약재배 농가가 지난해 440개로 늘어났다. 4월에는 아산시 지역단위농협과 지역자치단체와 함께 햇반 전용 쌀을 관리하는 종합미곡처리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기업, 지역, 농가가 함께 미곡처리장을 건립해 계약재배부터 미곡처리, 납품까지 함께 하는 국내 최초 쌀 계약재배 원스톱 상생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계약재배 쌀의 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판로 확보로 농가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