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 공기업의 공공성과 수익성에 관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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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래 한전KDN 기획관리본부장

한때는 기업이 취급하는 재화나 용역 속성에 따라 그 기업을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으로 구분하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영역은 공공성의 범위와 업종을 최소화하고, 반면에 민간 영역은 경쟁 효과와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국민 후생에 최적이라는 사상이 깔려 있다.

이른바 네트워크형 산업, 즉 전기·수도·가스·통신·도로·송유관 등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자연 독점 성격이 강한 영역은 공공 영역으로 남겨서 소비자 가격을 국가가 통제했다. 경쟁 효과가 발생하는 영역은 최대한 민영화를 추진, 수요와 공급 기반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도록 하는 산업 구조가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공공 재화 정의나 민영화 논쟁보다 공기업이 추구해야 할 궁극의 가치 논쟁으로 이슈 성격이 변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통신 등 전국 규모의 네트워크 산업에도 대형 민간자본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경쟁 효과가 나타나면서 더 이상 공기업으로서의 존재 목적을 상실했고, 정부의 가격 통제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게 된 영역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가 에너지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전력 계통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나 발전소 설계, 정비 영역 등은 큰 투자를 요하는 공공재가 아니다. 민간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해서 경쟁 효과도 있다. 다만 그들이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국가 지배로 존치해야 국민 후생에 더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돼 공기업으로 편입되는 분야가 발생했다.

이제는 공기업이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지 기업의 수익성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슈가 관심 사항이다. 공기업을 공공 영역으로 존치할지 여부는 정부와 국민의 관심 사항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치 변화에서 전기, 가스, 수도 등 여전히 독과점이 인정되는 공공 서비스에는 당연히 정부의 가격 규제가 작동해 경영상 고민이 덜하다. 그러나 기타 민간과는 일부분 경쟁이 발생하고 있고 특별한 가격 통제 장치가 불필요한 공기업은 수익성 극대화와 공공성 확충이라는 다소 모순된 가치 속에 공기업로서의 존재 근거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 해답은 공유가치 창출(CSV)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믿고 있다.

초기 CSV 모델은 '기업의 사회 가치' 창출이라는 형태로 민간 영역에서 우선 시도됐다. 이른바 '착한 기업' 이미지가 회사 제품 구매를 촉진시켜서 다양한 형태로 확산됐다. 기업 영업 전략이자 홍보 수단으로 꽤 유용한 것이었다.

CSV는 민간보다 공공 영역에서 더 활성화돼야 한다. 공기업은 단순한 전략 차원의 사회 공헌 활동이 아니라 공동체나 사회 약자와의 상생 가치를 기반으로 한 궁극의 경영 활동이어야 공공 영역에서 존재 가치가 인정되고 국민의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공기업에 요구하는 사회 가치인 양질의 고용 창출,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인권과 윤리의식, 중소기업·지역사회와의 공동 상생 발전, 안전과 환경에 대한 새로운 가치 부여 등 과제는 공기업과 국민에게 많은 비용만을 요구한다는 비판을 CSV 모델 적용으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실례로 에너지 ICT 공기업의 경우 특화된 제품과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 벤처기업과 협업, 선제 투자로 국민 에너지 소비 절감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공동 구현한다. 미래 경제 이익과 혁신 성장 경험 공유는 물론 공공·민간 영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공동체 에너지 클러스터도 활성화시킨다. 동시에 합리에 맞는 에너지 수요 조절을 유도함으로써 환경과 안전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는 등 공익성, 공공성에도 기여하는 방식 등은 CSV의 좋은 사례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일방으로 돈을 쓰는 공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 그렇다고 수익성만을 극대화하는 공기업은 굳이 공공 영역에 존치할 명분도 미미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익성과 공익성의 교집합인 CSV 모델 활성화는 우리 공기업이 추구할 미래다.

조용래 한전KDN 기획관리본부장 tonycho@kd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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