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엔진 대결 2라운드, 이번엔 '엔터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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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엔진 제작사 유니티테크놀로지스와 에픽게임즈 간 대결 링이 넓어진다. 자동차 이동통신 등 게임 엔진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시장 개척에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티엔진(유니티)과 언리얼엔진(언리얼) 사용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자동차, 영화, 건축·엔지니어링·건설(AEC) 등 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서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시각화하는 데 게임엔진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엔터프라이즈는 국내에서 비게임 분야라는 단어로 더 친숙하다. 작업 후 결과물을 확인해야 하는 기존 워크플로에서 벗어나 실시간으로 작업 결과물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게임엔진이 가상 시뮬레이터 역할을 하는 렌더링 기능을 제공하는 덕분이다.

올해 양사 모두 엔터프라이즈 분야를 확장해 수익원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게임 외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유니티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콘텐츠 제작에 강점이 있다. 세계 AR·VR 콘텐츠 중 60%가 유니티를 사용해 제작됐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협업해 '옥수수 소셜 VR'를 만들었다. VR기기를 쓰고 다른 참여자들과 동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대화하는 서비스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AR 아바타 제작 앱 '제페토'를 만들 때 확장성을 고려해 유니티를 선택했다.

유통업체 이베이는 AR 가구 가상배치 서비스 개발에 유니티를 활용한다. 추후 의상 및 잡화를 AR로 가상 피팅하는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언리얼은 방송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MBC '두니아:처음만난 세계' '군주:가면의 주인'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을 비롯해 다큐멘터리 '미래인간 AI' '10년 후의 세계' 등에 사용됐다. MBC VFX팀에서는 추후 다양한 프로그램에 확대 사용할 방침이다.

해외 유수 업체도 사용한다. 폭스스포츠 나스카레이싱 중계, 프로미식축구(NFL) 레드존에 사용된다. NFL은 추후 중간 광고, 특수제작 그래픽, 나아가 오퍼레이터가 바로 수정해 반영시킬 수 있는 오프닝도 추가할 계획이다. 슈퍼볼과 아카데미 시상식, 에미상 시상식, 챔피언스리그와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를 제작하는 NEP그룹도 언리얼을 이용하는 대표 회사다.

애니메이션 제작에서는 백중세다. VR·AR, 360도 동영상, 실시간 영화 제작과 가상 촬영 분야 크리에이터에게 스토리텔링을 지원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게임엔진을 활용한 다양한 작품이 영화제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두 엔진 모두 엔터프라이즈 분야 확장을 노리고 있어 치열한 경쟁은 게임 밖에서도 이뤄질 전망이다.

에픽게임즈 관계자는 “엔진 가능성을 게임에만 국한시킬 수 없게 됐다”며 ”방송이나 건축, 제품 디자인 및 제조 등 일반산업 분야에서 그 활용 영역이 급속도로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티 관계자는 “게임을 넘어 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서도 편리하게 활용 가능한 여러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며 “엔터프라이즈 활용 사례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