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얼' 브랜드 판권 매각과 대규모 인력 감축을 통보하면서 노조와 갈등을 겪는 페르노리카 한국법인이 국내 군납 시장에서도 철수한다. 지난 10년간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큰 폭의 변화를 단행하는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국내 사업 철수설이 또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물류센터내 생산라인을 3월 군납 제품 생산 뒤 5월 폐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2014년 국내 생산을 접고 전량 해외에서 완제품을 수입해왔음에도 군납 제품 생산을 유지해왔지만 이마저도 접는 것이다.
앞서 페르노리카는 2014년 매출 감소와 주세법 등의 영향으로 이천 공장을 하이트진로에 매각한 뒤 재임대 형태로 3년간 군납 제품 생산을 유지해왔다. 임대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이천공장에서 용인물류센터로 주류 병입 면허를 옮겨 군납 제품을 생산해왔다. 기존 물류센터인 만큼 외국에서 병입된 위스키를 수입해 들여와 무선주파수인식기술(RFID)태그와 제품 정보가 적힌 스티커 작업 뒤 유통하는 역할만 담당해 왔다.
군납 위스키는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주세를 면세 받고, 군납이 주는 상징성 때문에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군납 위스키는 국내에서 제조한 제품만 개별소비세와 주세를 면제받을 수 있어 위스키 업체들이 제조 시설을 대부분 해외로 이전했음에도 국내 생산을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페르노리카가 임페리얼 판권을 드링스인터내셔널에 매각한 만큼 군납 시장에서도 손을 떼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임페리얼19년 퀀텀'과 '임페리얼17년' 제품을 군납으로 납품해온 만큼 임페리얼 판권이 넘어간 상황에 이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사업 철수를 위한 수순 중 하나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잦은 구조조정, 국내 공장 철수, 임페리얼 판권 매각 등을 단행하며 국내 사업 몸집 줄이기에 나선 페르노리카 한국법인인 만큼 향후 국내 사업 완전 철수를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실제 페르노리카는 “구조조정이 안되면 한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하겠다”는 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내며 희망퇴직을 종용하는 상황이다. 대규모 희망퇴직 선언에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서자 협박성 공지로 직원들을 업악하고 있다.
한편 페르노리카 관계자는 “회사는 보다 효율적인 조직과 새로운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 소비자 중심의 회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면서 군납 시장 철수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