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첫 날인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차분하면서도 분주하게 '세기의 빅딜'을 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앞서 베트남 정부와 공산당 지도부를 만나는 등 베트남과의 '무역'과 '외교'에도 집중했다. 김 위원장은 오전에는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정상회담을 준비했다.
이날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일정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오전 11시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확대 양자 회담과 무역협정 서명식을 가졌다. 이어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회담 및 업무 오찬을 함께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쁜 와중에도 소통창구인 트위터를 잊지 않았다. 그는 “베트남은 번영하고 있다. 우리 두 사람(나와 김 위원장) 모두 베트남에서 이렇게 매우 중요한 정상회담을 갖는데 대해 매우 좋게 생각한다”며 “베트남은 좋은 생각을 하면 (북한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본보기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은 지구상에서 흔치 않게 번영하고 있다”며 “북한도 비핵화한다면 매우 빨리 똑같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내 친구 김정은에게 있어서는 훌륭한 기회”라고 밝히기도 했다.
비핵화에 따른 보상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 관계 역시 한 때 총부리를 겨눴던 미국-베트남의 관계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길'은 지난 1차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북한을 향해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해온 모델이다. 70년 적대 관계를 청산, 베트남과 같은 새로운 북미 관계와 경제 번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6∼7월 3차 방북 후 들른 베트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기회를 잡는다면, 미국과의 정상적 외교 관계와 번영으로 가는 베트남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베트남과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북한과도 같은 수준의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길 희망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온오프라인에서 바삐 움직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김 위원장은 오전에는 별다른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다. 내부에서 정상회담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대표단으로부터는 베트남 도착 당일인 26일 준비상황을 보고받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가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제2차 조미 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사업 정형을 보고받으셨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고 영도자 동지는 멜리아 호텔에서 제2차 조미 수뇌회담의 성공적 보장을 위해 조미(북미) 두 나라가 현지에 파견한 실무대표단 사이의 접촉 정형을 구체적으로 청취하셨다”고 전했다.
전날 미국 측과 실무협상을 하지 않고 중국 접경 량선성 동당역으로 김 위원장을 마중 나갔던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김 위원장과 대면해 구체적인 보고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저녁 김 위원장의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 방문도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주재국과의 사업을 잘해 김일성 주석 동지와 호찌민 주석께서 친히 맺어주시고 발전시켜온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더욱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과의 수교, 개혁개방으로 그동안 소원했던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 증진에도 탄력이 예상된다.
도착 당일과는 달리 정상회담 당일인 27일 오전에는 숙소를 벗어나지 않았다.
양 정상은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260일 만에 재회했다. 오후 6시40분부터 20분 동안 단독 회담을 가졌다. 오후 7시부터는 '친교 만찬(social dinner)'을 했다.
단독 회담과 만찬 등 2시간 가량의 회동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