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DTC, 차선책 '규제샌드박스' 참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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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젠 연구진이 유전자 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 업계가 보건복지부의 소비자의뢰유전자분석(DTC) 시범 사업 참여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차선책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 사업에 눈을 돌린다. 인증제라는 또 다른 규제를 낳은 복지부의 시범 사업보다는 질병 예방 분야 DTC 검사가 허용된 산업부 실증 사업이 그나마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연구 목적인 데다 규제 개선을 장담하지 못해 정부 의지 실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1호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받아 DTC 실증사업자로 선정된 마크로젠에 이어 테라젠이텍스, 디엔에이링크, 메디젠휴먼케어 등 3개 기업이 추가로 실증 사업을 신청했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2호 실증사업자 선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DTC 실증 특례에 나서는 마크로젠은 만성질환 6개, 주요 암 5개, 노인성 질환 2개 등 13개 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시범 제공한다. 인천 송도 거주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2년 연구 목적 아래 진행된다.

DTC 업계 숙원이던 질병 예방 영역 유전자 검사가 제한적이나마 허용되면서 참여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향후 규제 개선을 대비, 서비스 검증과 데이터 확보가 목적이다.

유전체기업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3개 DTC 기업이 규제특례심의회 심의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기업별 신청 항목을 살펴본 뒤 중복되지 않은 선에서 추가로 실증 특례를 신청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 신청 관심은 커지지만 정작 복지부 DTC 시범 사업은 외면을 받고 있다. DTC 규제 개선을 주도한 복지부는 연말까지 시범 사업으로 종전 12개인 검사 항목을 50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유전체 분석 기업 19개사로 구성된 유전체기업협의회는 시범 사업 보이콧을 선언했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의료기관의 유전자 검사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반면에 민간 기업은 법이 정한 12개 항목만 가능하다.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등 질병과 직접 연관성이 떨어지는 영역이다. 선진국이 건강관리, 질병예방 영역에 DTC를 제한하지 않는 것을 근거로 업계는 규제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 1년에 걸친 복지부 중재 아래 산업-의료계는 건강관리 영역에 한해 121개 검사 항목 확대를 합의했다. 법 개정 최종 관문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는 안전성 등을 이유로 안건 상정조차 못했다. 시범 사업 추진 후 검사 항목 확대로 결정됐다.

복지부 DTC 시범 사업은 검사 항목을 57개로 한정해 진행된다. 그 대신 100개에 이르는 기준을 충족시켜야 참여가 가능하다. 산업계가 주장한 121개 검사 항목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참여 기준마저 높아 참여를 포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차선책으로 규제 샌드박스 신청으로 선회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연구 목적으로 이뤄진 제한적 서비스인 데다 실증이 종료되는 2년 후에 규제가 개선될 지 장담할 수도 없다. 궁극적으로 혁신적인 규제 개선 없이 시범 사업, 실증 사업만 남발하는 정부 정책에 업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종은 디엔에이링크 대표는 “미국·유럽·일본 등은 건강관리, 질병예방 영역에 DTC 규제를 풀어서 산업 육성과 정밀 의료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의료계와 시민단체 반발에 막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서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했지만 규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또 2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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