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시 아닌 평시에 공공청사가 아닌 외부에서 국무회의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을 사흘 앞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현장국무회의를 주재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의미를 부각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청와대나 정부청사가 아닌 백범기념관에서 회의를 개최했다.
문 대통령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국가적 의미를 담아 백범기념관에서 열게 됐다”며 “기록에 따르면 전쟁 시기를 제외하고 공공청사가 아닌 곳에서 국무회의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전에 효창공원에 있는 안중근 의사 가묘와 김구 선생, 3의사(이봉창·윤봉길·백정기), 임정 요원 묘역에 참배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친일을 청산하고, 독립운동을 제대로 예우하는 것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정의로운 나라로 나아가는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그동안 독립운동 역사를 기억하고 독립운동가를 예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이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된 뿌리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 가묘에서 반드시 유해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새겼다”며 “앞으로 남북, 혹은 남북중이 함께 공동 유해 발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그 의미가 클 뿐 아니라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남북은 공동으로 안 의사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지만 유해를 찾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채 알려지지 않았거나 가려졌던 독립운동 역사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곳 백범기념관과 함께 후손에게 독립운동 정신과 민주공화국 역사를 전승할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도 건립되고 있다”며 “이 모두가 우리를 당당하게 세우고 새로운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유관순 열사에게 국가 유공자 1등급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기로 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유관순 열사가 3.1독립운동의 표상으로 국민들 속에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1등급 서훈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관순 열사는 3.1독립운동의 상징으로, 우리는 열여섯 나이의 여학생으로 만세시위를 주도하고 옥중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로 나라의 독립에 자신을 바친 유관순 열사를 배우며 자주독립의 소중함과 나라를 위한 희생의 고귀함을 깨우치게 된다”며 “유관순 열사 서훈 추서가 3.1독립운동 100주년의 의미를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새 미래를 향해 가자는 제안도 내놨다.
그는 “100년 전 강대국의 각축 속에서 우리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식민지로 전락했지만, 지금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더 이상 역사의 변방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100년을 다짐하고 열어갈 역량이 우리 안에 있다는 자긍심과 자신감으로 새로운 시대를 함께 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국무회의에서는 3·1절 100주년 특별사면안도 처리됐다. 2018년 신년 특사 이후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사면이다. 정치·경제인 배제 원칙 아래 쌍용차노조, 제주 강정마을 반대집회 관련자 등 4378명이 포함됐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