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일본에서 운영하는 픽코마가 '아시아판 넷플릭스'로 떠오르고 있다. 픽코마는 웹툰,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유통하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이다.
25일 카카오에 따르면 픽코마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누적 126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연간 매출은 510억원이다. 픽코마 매출은 1분기 80억원에 불과했지만 4분기에 170억원을 기록하며 2배 이상 성장했다. 월 활성이용자수(MAU)는 370만명 수준이다.
픽코마는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지난해 일본 iOS 도서 부문 인기 1위, 매출 2위를 각각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앱에이프에 따르면 일본 내 iOS 비중은 2018년 9월 기준 68.22%다.
픽코마는 지난해 4월 매출 기준으로 일본 웹툰 플랫폼 부동의 1위 라인망가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슈에이샤 '소년점프+', 쇼가쿠칸 '만가원', 디엔에이(DeNA) '만가박스' 등 일본 토종 플랫폼을 모두 제쳤다.
픽코마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다. 일본 이용자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 픽코마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좋아요'를 100만개 이상 받은 작품을 첫 번째 페이지에 배치했다. 추천 작품 대부분이 일본 작품이다.
'기다리면 무료'로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웠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본 작품은 3화까지 무료 열람을 할 수 있지만 한국 작품은 최대 7화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 한국 콘텐츠의 일본 진출 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카카오재팬은 지난해 7월 동영상 서비스 픽코마TV를 시작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픽코마TV는 '카카오판 넷플릭스'다. 외부 콘텐츠에 더해 픽코마에서 흥행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을 공급하는 한편 픽코마TV에서 인기 있는 영상을 웹툰으로 제작한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는 동시에 공급하는 독자 생태계다.
픽코마가 일본에서 자리 잡으며 카카오는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잇는 콘텐츠 사업에 한걸음 다가섰다.
카카오는 중국 텐센트와 손잡고 2017년부터 중국에 웹툰을 서비스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회사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인도네시아 1위 웹툰·웹소설 업체 네오바자르를 인수했다.
한국에서는 올해 카카오M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사업을 크게 강화한다. 카카오M은 지난 1월에 취임한 김성수 대표 진두지휘 아래 드라마, 예능 등 영상 콘텐츠를 다수 제작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 한효주, 한지민, 김고은 등), 제이와이드 컴퍼니(김태리, 이상윤, 최다니엘 등), 숲 엔터테인먼트(공유, 공효진, 전도연 등), 킹콩바이스타쉽(유연석, 이광수, 이동욱 등), E&T스토리 엔터테인먼트(김소현) 등 연예기획사와 광고모델 캐스팅 1위 사업자 레디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고 자체 역량을 강화했다. 웹툰과 드라마를 넘나드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카카오는 2020년께 픽코마를 일본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기업공개로 자금을 확보하면 콘텐츠 제작과 공급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에서 공급망을 확보했기 때문에 콘텐츠 공급만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아시아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1> 픽코마 매출 추이, 출처: 카카오
<표2> 픽코마 개요. 2018년 12월 기준, 출처:카카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