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오픈뱅킹으로 마이페이먼트 '유니콘' 키운다

정부와 금융지주가 오픈뱅킹(공동 결제시스템) 도입을 전격 합의하면서 핀테크 기업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만으로 결제와 대출, 자산관리 등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핀테크 기업과 신용카드사 등에 지급결제 계좌 발급·관리 업무를 허용, 최소 요건을 갖춘 업체는 금융결제망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금융지주사에는 핀테크 기업 투자 제한을 크게 완화해 혁신 금융 서비스를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앤트파이낸셜, 영국 레볼루트와 같은 혁신 '유니콘' 핀테크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지급결제 인프라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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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지원단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오픈뱅킹 제도화 넘어 모든 핀테크 업체 참여 가능

금융위원회와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25일 열린 간담회에서 모든 핀테크 결제사업자에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합의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추가 제공기관으로 신규 참여한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우선 자율협약 방식으로 오픈뱅킹을 구축한 이후 은행이 자금이체 기능을 API 형태로 표준화해 제공할 수 있도록 의무 규정을 마련한다. 이체처리 순서와 처리 시간, 이용료 등 금융권과 핀테크 기업이 동등하게 은행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으로 공동 결제시스템을 개방하고 망 이용료를 대폭 인하키로 한 것은 핀테크, 금융 혁신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유니콘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혁신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그룹의 전폭 투자와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추후 핀테크 기업도 금융결제망에 직접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금융지주사 단위의 핀테크 기업 출자 제한 요건도 크게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지원단장은 “디지털 혁신 핵심은 금융과 핀테크, 즉 정보기술(IT)과의 결합인데 금융회사가 내부에서 혁신에 나서기는 어렵다”면서 “핀테크 기업에 대한 정의 등을 명확히 해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출자 규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금융업 체계 전면 개편으로 금융사 핀테크 투자 물꼬

금융지주사의 핀테크 출자 규제 완화는 종합지급결제업, 마이페이먼트(MyPayment) 산업 등 새로운 전자금융업 도입과 병행한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핀테크 기업과 신용카드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도 지급결제계좌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하고 은행 계좌가 없어도 핀테크 기업이 은행에 각종 결제 서비스를 지시할 수 있다.

2015년 7월 영국에서 설립된 송금·결제 전문 핀테크 기업 레볼루트(Revolut)가 종합금융플랫폼 대표 사례다. 레볼루트는 이자 부여, 여신 기능 없이 오직 지급결제 기능만 허용된 계좌를 발급한다. 레볼루트 계좌만 갖고 있어도 24개국 통화에 대한 환전과 결제, 송금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미 구축된 오픈뱅킹을 활용하는 만큼 이용료도 건당 40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마이페이먼트산업과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을 위한 전자금융업 종합 개편 방안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2분기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전자금융업 규율 체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핀테크 기업의 정의 등을 확정해 금융지주회사가 핀테크 기업에 출자와 투자를 꺼리게 하는 제도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샌드박스, 마이데이터산업 결합으로 새 먹거리 지원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금융 샌드박스, 마이데이터(MyData) 산업과의 결합도 지속 추진한다. 결제 방식 다각화로 인해 당장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신용카드사의 신규 결제 서비스 진출 역시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핀테크 결제사업자에 대한 소액후불결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용카드업 인가 없이도 월 30만~50만원 수준의 후불 신용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대기업 등의 무분별한 진출을 막기 위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일부 사업자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권 단장은 “혁신 금융 서비스 신청시 금융소비자 권익 및 금융시장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시범테스트를 허용하겠다”면서 “이후 테스트를 거쳐 법령 개정 등 제도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신용카드사 등 결제서비스 사업자에는 대대적 혁신을 요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카드사에 여러 가지 정보 결합이 많이 되어 있음에도 기존 카드회사는 혁신 서비스 출시 없이 부가서비스 제공이나 판촉에만 열을 올렸다”면서 “앞으로 개정이 이뤄질 신용정보법에 맞춰 자영업자 특화CB, 빅데이터 분석 통한 마이데이터 사업 등 다양한 업무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이 핀테크산업 진흥을 위한 광범위하고 강력한 출발점이자 토대가 될 것”이라며 “핀테크가 촉발한 경쟁과 혁신의 바람을 디지털 대변혁으로 이어받아 우리 금융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우리 경제에 새 활력을 불러 일으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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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지원단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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