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것도 있었고 아쉬운 기억도 많지만 30년 넘게 영업 현장에 있으면서 스스로 당당할 수 있게 된 것은 입사 후 첫 3년 동안 만난 리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들과 함께한 첫 3년 동안에 30년 세일즈 DNA가 90% 이상 형성됐기 때문이다.
첫 매니저는 지나칠 정도로 옳고 그름이 명확했다. 사소한 일에도 원칙을 지키려 했다. 고객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반드시 그날 고객과 회동 평가를 해보라고 했고, 피드백을 해 줬다.
일을 맡길 때는“이거 해봐요”가 전부였다. 무심한 것 같았지만 경과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피드백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기본 업무 처리 방법도 배웠지만 무엇보다 리더에게서 배운 것은 정직성이다.
“직원끼리 회사 돈으로 술을 마셔선 안 됩니다. 접대 때도 회사 돈이 내 돈이라 생각하고 써야 합니다.”
지금은 당연한 얘기지만 잘못된 관행이 일반화된 때였다. 본인 스스로 원칙을 지키면서 직원에게 바른 길을 제시한 몇 안 되는 리더였다. 잘못된 일과의 타협을 거부하다 보니 소통 방법이 거칠어지고, 다른 사람과의 충돌이 빈번해졌다. 결국 그에 대한 평판은 좋을 수 없었다. 그는 옳았지만 외눈박이 마을에 사는 눈 두 개의 사람이었다.
비정상 속의 고독
두 번째 리더는 '얼리 버드'의 표상이었다. 부서에서 가장 어린 내가 일찍 출근해서 우두커니 있다 보면 그 리더는 오전 8시 즈음 항상 같은 시간에 출근했다. 대부분 9시가 될 때까지 그 층에는 그와 나 둘밖에 없었다. 출근할 때마다 보이는 직원이 갸륵했는지 리더는 집무실로 불러 커피를 내주기도 했고, 업무와 삶 얘기를 하면서 격려도 해 줬다.
이듬해 그는 영업본부장이 되어 자리를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 근무하는 동기의 전화를 받았다.
“새로 온 본부장 때문에 사무실 완전히 뒤집어졌다. 모든 영업직원은 반드시 8시 30분까지 출근하고, 일정을 시스템에 기록하라고 하잖아.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영업직원의 늦은 출근 시간을 바로잡으려고 원칙을 강조한 것이었지만 직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홀로 두 눈 지닌 사람이었다.
세 번째는 고속 승진으로 모두의 주목을 받던 리더였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고, 큰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 프레젠테이션도 잘했고, 누구보다도 저돌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연장자와 선배들은 그를 못마땅해 했다. '거만하다' '안하무인이다' 등 부정 평가가 압도했다.
업무에서 그의 기준은 언제나 높았다. 그러나 성과와 역량에 따른 평가 및 보상은 명확했다. 앞서는 직원에겐 파격이었고 뒤처지는 직원에게는 지나치리만큼 냉정했다. 당연히 같은 팀 내에도 반감을 품은 직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믿고 맡기고, 앞서가는 직원에겐 날개를 달아주고, 뒤처지는 직원에겐 채찍을…' 그런 리더였다.
뒤처진 직원이 상처는 받았겠지만 전략 감각, 통찰력, 차별화된 리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토록 역동적이고 열린 리더는 그 후 보기 어려웠다.
안타깝게도 이들 리더는 모두 주변으로부터 평판이 좋지 않았다. 적도 많았다. 결국 그들 모두 생각한 것을 이루지 못하고 이내 조직을 떠났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DNA는 그들과 일한 직원에 의해 다음 의자의 주인들에게 전해지고 전파된다.
게걸음 하면서 바로 걸어라?
임원 또는 차상급 관리자는 아무나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일선 관리자는 정해진 연한에 따라 당연히 승진된다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영업직원 DNA의 90% 이상을 결정하는 주체는 사장이나 임원이 아니다. 본부장도 아니다. 바로 최일선 관리자다.
자신은 규정을 넘나들며 당당하지 못한 리더가 직원에게 기본과 원칙을 얘기하고, 술 마시면 퍼져서 번번이 약속을 어기는 리더가 신뢰를 교육하고, 단기 목표에 매몰돼 숫자만 챙기는 리더가 직원에게 전략과 통찰력을 요구한다면 직원이 달라지겠는가? 직원은 무엇을 배울까.
곧 영업 리더가 될 사람은 성스러운 직무를 할 수 있을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현재 영업 리더라면 자리를 지켜야 할지 스스로 내려와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영업리더는 결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 js.aquina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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