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고정사업장' 정의 변경한 가이드라인 초안 마련...조세회피 차단 국제공조 첫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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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고정사업장 개념을 재정립한 과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초안은 다음 달 13~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OECD 회원국 간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으로 만들어진다.

가이드라인은 권고안으로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OECD 합의 사안은 G20 정상회의에서 확정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최종안이 확정되면 G20 및 OECD 회원국은 관련 조세조약과 세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도 OECD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OECD는 서버 위치 중심으로 판단하는 고정사업장 개념을 재정의한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고정사업장에 대한 OECD의 변경된 입장이 처음 나온 셈이다.

원안이 2020년에 통과된다면 각국 세법 개정 및 나라 간 조세조약 체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회피해 온 국내 진출 다국적 기업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가이드라인 초안은 서버가 아니라 연구개발(R&D), 마케팅 활동이 실제 벌어진 지역을 고정사업장으로 정의했다. 서버 위치와 무관하게 영업·마케팅 직원 수, 광고 노출 규모, 플랫폼 사용자 수 등을 비교해 해외 사업장별 소득을 분배한다. 이 결과가 법인세 산정을 위한 과세표준이 된다.

OECD는 이를 위해 '마케팅 무형자산' 개념을 새로 도입했다. 다국적 기업의 해외 사업장별 수익을 모두 합친 뒤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다. 국가 간 과세 형평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정확한 이익 배분 기준 마련을 위해서다.

OECD의 이 같은 결정은 고정사업장이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은 서버가 위치한 지역을 고정사업장으로 보고 법인세를 매긴다. 다국적 기업은 세율이 낮은 지역에 서버를 두고 절세를 해 왔다. 국가 간 세율 격차를 이용한 것이다.

OECD는 고정사업장 변경과 함께 다국적 기업이 소득을 저세율 국가에 이전하는 것도 막는 장치를 마련한다. 소득 이전 행위가 적발되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라 저세율 국가 과세 소득이 다국적 기업 본사에 귀속된다. 더해진 액수만큼 본사 관할 정부가 과세권을 얻는다. 이른바 '백택스(back tax)'다.

가이드라인 보고서는 다음 달 파리 공청회에서 논의된다. OECD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 2020년 최종 보고서를 도출한다. 보고서 골자는 유지될 것이라는 게 회계업계의 중론이다.

임재광 법무법인 양재 회계사는 “OECD가 가이드라인을 내면 통상 큰 뼈대가 유지된 채 최종 결론이 난다”면서 “다국적 디지털 기업에 대한 국내 과세 소득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OECD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에 대한 국제 공조를 위해 2015년부터 BEPS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현재 세계 120여개국이 BEPS 이행 체계에 참여하고 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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