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암호화폐공개(ICO) 금지 국가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중국은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파격적인 개방형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반면에 한국은 여전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투기를 동일 선상에서 패키지로 묶어 규제한다. 일부 부처에서 블록체인 산업 육성 정책을 내놓았지만 그야말로 단편적인 '선언성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단적인 예가 암호화폐거래소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벤처 자격을 모두 박탈했다. 사행성 투기 사업으로 낙인 찍었다. 국내 대표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회와 법조계 등 전문가들도 정부의 벤처인증 박탈은 헌법소원심판까지 가능한 사안이라며 강력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암호화폐거래소(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를 벤처기업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이 공표된 이후 정부는 법제처 법령해석(정부 유권 해석)을 거쳐 두나무와 스트리미 등 4개 업체에 대한 벤처 인증을 취소했다.
이와 함께 대형 거래소의 압수수색, 은행 실명계좌 지원도 여전히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초기 이들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업 양성과 대규모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거래소 대표이사가 출국금지되고 검찰 조사를 받는 죄인 신세가 됐다.
반면에 중국은 RSC 내 블록체인 특구를 조성하고 대표 거래소인 후오비그룹에 강력한 힘을 실어줬다.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 한때 글로벌 거래량 1~2위를 다투던 대표 거래소가 강력한 규제로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후오비는 지난해 10월 후오비 본사 오피스를 시작으로 현재 후오비그룹 운영센터, 그룹 마켓 센터, 후오비 클라우드 등 수백명 인원이 하이난 생태 소프트웨어 단지에 입성했다.
하이난 생태 소프트웨어 단지는 정부로부터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돼 입주 기업에 세금 감면, 지원금 등 다양한 혜택을 지원한다. 이를 발판 삼아 후오비는 블록체인 인큐베이팅 시스템 후오비 랩스(Huobi Labs)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5월부터 티엔야와 제휴를 통해 하이난 지역에 글로벌 블록체인 연구소를 세우고 10억달러 펀드를 조성해 전방위 블록체인 산업 지원에 착수했다.
또 RSC 내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10개 이상의 블록체인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세계 유수 대학과도 블록체인 산업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별도 연구 교육기관도 만들 계획이다. 4만㎡ 규모 블록체인 인큐베이터 설립을 추진한다.
중국이 암호화폐거래를 허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 자체를 옥죄기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오히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세부 지원을 해주는 형태다. 후오비는 전 세계 라이선스 취득에 나선다.
세계 여러 규제 기관과 다양한 업무를 조율하고 협력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미국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State Street Bank)의 중국 지사에서 규제(라이선스) 담당 업무를 총괄했던 일레인 쑨예린을 규제 담당 본부장에 임명했다. 세계 최초로 글로벌 탑 은행 인재를 암호화폐 산업에 영입한 첫 번째 사례다. 그만큼 암호화폐거래소 위상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후오비의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담당하는 일레인 쑨예린은 각국의 정부 기관, 규제 당국과 관련 업무를 조율하고 합법적으로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 토큰 이코노미 활성화와 실용화를 위해 SNS 플랫폼 '후오비 챗'을 출시했다. 후오비 챗은 메신저 기능뿐 아니라 암호화 메커니즘과 블록체인에 기반한 암호화폐 월렛, 채팅을 통한 디지털 자산 간편 송금 기능을 제공하며 후오비 챗 토큰(HCT, Huobi Chat Token)을 통해 플랫폼 참가자에서 다양한 보상을 제공한다.
현재 하이난 생태 소프트웨어 단지에는 바이두, 텐센트, 화웨이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IT기업이 입주하고 있으며 후오비그룹은 IT와 블록체인의 시너지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기존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후오비그룹 관계자는 “블록체인이 단순한 하나의 기술이 아닌 여러 기술과 접목돼 인터넷 이상의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