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관세를 넘어 기술 패권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고, 자국 첨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장벽은 더 두꺼워졌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날 기술을 배우던 나라였지만 이제는 기술 선도 국가가 됐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메모리 반도체는 경쟁국의 주요 추격 대상이 됐다.
기술을 보호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인력 이동에 따른 해외로의 기술 이전과 유출은 가장 난해한 문제다. 문서나 파일과 같은 물리적인 기술 정보는 예방을 잘하면 차단이 가능하지만 기술자가 몸소 체득한 지식, 경험, 노하우는 막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퇴직자와 전직자들을 통해 중요 정보를 얻으려는 시도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국내에서 주목할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바로 SK하이닉스가 도입한 우수 엔지니어 정년 폐지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실력 있는 엔지니어가 정년이 지나서도 전문성에 따라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회사는 우수한 엔지니어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동시에 인력 이탈에 따른 기술 이전 및 추격을 예방할 수 있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