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우수 엔지니어 정년 폐지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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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관세를 넘어 기술 패권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고, 자국 첨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장벽은 더 두꺼워졌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날 기술을 배우던 나라였지만 이제는 기술 선도 국가가 됐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메모리 반도체는 경쟁국의 주요 추격 대상이 됐다.

기술을 보호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인력 이동에 따른 해외로의 기술 이전과 유출은 가장 난해한 문제다. 문서나 파일과 같은 물리적인 기술 정보는 예방을 잘하면 차단이 가능하지만 기술자가 몸소 체득한 지식, 경험, 노하우는 막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퇴직자와 전직자들을 통해 중요 정보를 얻으려는 시도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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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주목할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바로 SK하이닉스가 도입한 우수 엔지니어 정년 폐지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실력 있는 엔지니어가 정년이 지나서도 전문성에 따라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회사는 우수한 엔지니어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동시에 인력 이탈에 따른 기술 이전 및 추격을 예방할 수 있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과거 일본 전자업계에는 '달빛관광' 단속령이 내려진 바 있다. 한국에서 세미나 등을 핑계로 일본 기술자를 초청한 뒤 기술을 전수 받는 일이 빈번해지자 공항에서 직원들의 출국을 막는 일도 벌어졌다. 달빛관광은 금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갔다가 일요일 오후에 일본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이제는 우리가 달빛관광을 걱정해야 할 때다. 우수 인력을 놓치지 않고, 그들이 축적한 노하우를 지키려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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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작년 12월 사내 행사에서 우수 엔지니어 정년 폐지 등 새로운 인사제도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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