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사전규제를 철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추가 성장이 여의치 않은 케이블TV 구조개편을 지원하는 동시에 유료방송사업자가 '규모의 경제'를 이뤄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고 넷플릭스 등 글로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 공세에 대비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통과는 물론이고 인프라 격차 해소, 새로운 유료방송 규제체계 마련 등 과제도 산적했다.
◇유료방송 시장 활력 제고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케이블TV 성장률 둔화가 자리한다. 케이블TV는 2017년 가입자 수에서 처음으로 IPTV에 추월당했다. 비록 가입자가 매년 늘고 있지만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 케이블TV 매출은 2015년 2조2590억원이었으나 2017년 2조1307억원으로 감소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IPTV와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가입자당 평균수익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딜라이브는 최근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의 자율적 시장 재편을 봉쇄해 방송시장 성장을 저해한다”면서 “갈수록 위축되는 케이블TV는 M&A를 통해 출구를 모색해야 하지만 합산규제가 이를 가로막는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시장점유율로 옭아매서는 활발한 M&A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글로벌 OTT 사업자 공세도 시장점유율 규제를 없애려는 동인 가운데 하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사용자 100만을 넘기면서 유료방송 대체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글로벌 OTT 공세를 막으려면 가입자 기반을 확보한 대형 사업자가 등장, 콘텐츠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규제형평성을 맞출 필요도 있다. 현재 시장점유율 상한은 IPTV·케이블TV는 33%, 위성방송 100%다. 위성방송을 묶든지 IPTV·케이블TV를 풀어야 형평성이 맞는데 과기정통부는 후자를 선택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방송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도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를 추진하는 중요한 배경으로 손꼽힌다.
◇M&A 활성화…이용자 혜택 강화 예상
법률 개정으로 시장점유율 규제가 폐지되면 M&A 활성화가 자명하다. 통신사는 사고 싶어 하고 일부 케이블TV는 팔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정부 규제가 걸림돌이었는데 사전규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M&A 활성화로 통신사+케이블TV 이종결합이 활발해지면서 이동전화와 결합한 IPTV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혜택 강화가 예상된다. 시장점유율 규제가 사라지면 가입자를 유치할 유인이 커진다. 사업자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용자가 이익을 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1개월 약정, 자동해지 등 해지간소화 정책이 도입되면 가입자 이동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사 반발이 예상된다. 지상파는 특정 유료방송 플랫폼 힘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특히 통신시장의 막대한 자금이 콘텐츠 제작 시장으로 흘러들면 자신들의 주도권이 약해질 것을 우려한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시도할 때도 지상파가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통과 큰 산
가장 큰 과제는 법률 개정이다. 방송법과 IPTV법의 시장점유율 제한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 통과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방송 다양성·지역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 지금도 합산규제를 찬성하는 기류가 일부 있는 상황에서 단번에 다수가 점유율 규제 폐지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사업자 간 인프라 격차를 보완하는 중장기 정책도 필요하다. 유료방송 가입자 유치 경쟁이 전국으로 확산하면 유선 인프라를 촘촘히 보유한 사업자가 절대 유리하다. 자칫 인프라 격차가 경쟁력 격차로 나타날 수 있다. 사업자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기정통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필수설비 공동활용제도 등을 이용해 경쟁력 격차를 해소하기로 했다.
유료방송 시장 규제체계를 근본 개편할 필요도 있다. 시장점유율 규제가 사라지면 방송권역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 전국사업자인 IPTV 중심으로 방송시장이 재편되는 마당에 지역의 작은 권역 중요성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 방송 경쟁상황평가에 전국 단위 단일권역 필요성을 반영할 예정이고 과기정통부도 방송권역제도 개편과 함께 방송 지역성 보호를 위해 IPTV 사업자에 지역채널 운영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