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가 올 초부터 노동조합과 갈등으로 힘겨운 한해를 시작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글로벌 6위에서 지난해 7위로 떨어진 상황에서 노조 측에서는 임금협상, 광주형 일자리 등을 이유로 파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장기간 이어진 노조 파업으로 생산성이 악화돼, 중장기 사업 전략에 안개가 끼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노사는 이날 '2018년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 교섭을 위해 제14차 협상을 진행했다.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 측에서는 기본급 동결 대신 최대 14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부터 30차례, 112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사측은 1100억원(6000여대) 가량의 생산차질을 입었다. 앞서 모기업인 르노그룹은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면 로그 후속 물량 배정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며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사측은 빠른시간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하면 생산인력 80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오는 9월로 생산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의 후속 모델 배정 작업에도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닛산 로그는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물량의 절반, 수출 물량의 7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차종이다.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르노삼성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현대자동차 역시 올해를 노사 갈등으로 시작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31일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파업을 벌였다. 또 이달 중에는 민주노총과 함께 광주형 일자리 전면 재검토와 철회를 요구하는 총파업도 계획하고 있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국산차 공장가동률은 50% 수준이고 국내 생산능력 466만대 중 70여만대가 유휴시설인데 광주에 10만대 신규공장 설립은 망하는 길로 가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노조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부 차종 생산·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가장 심한 것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다. 팰리세이드는 누적계약이 5만대에 달하지만 월 생산량이 4000대에 불과해 수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에서는 파업과 함께 생산라인 조정, 물량 확대 등에 합의를 해주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 역시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휴직자들의 생계지원금을 정부에 추가로 부담할 것을 요구한데 이어, 연구개발(R&D) 법인으로 소속 이전된 조합원의 기존 단체협약 승계를 위해 사측과 교섭에 나섰다. 이에 대해 사측은 아직까지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노동자 중심적인 생산환경 때문에 노사 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라면서 “2011년 이후 매년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생산량 5위 지위에서 지난해 7위까지 떨어졌는데, 올해도 르노삼성차, 현대차 등 노사 갈등이 계속된다면 더욱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