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규제 샌드박스' 심의절차가 또 다른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정부가 한발 앞서 규제 샌드박스 사례를 발굴하라는 주문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도의 사업이나 제품조차 허용되지 않아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필요했던 것이 안타까웠다”며 규제 샌드박스 제도 안착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 샌드박스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규제혁신의 대표 정책이자 '혁신 경제'의 실험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국민 생명·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유망 산업·기술이 신속하게 시장에 나올 수 있게 '선 허용, 후 규제'의 원칙에 따라 규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회'를 열어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설치 및 운영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디지털 버스광고 △앱 기반 전기차 충전 콘센트 등 기업이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 안건 4건에 대해 실증특례·임시허가를 허용했다. 14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기술(ICT) 추가 승인이 뒤따를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제도 시행 첫날에만 19건 승인 신청이 있었고, 채 한 달이 안 되어 첫 승인 사례가 나온 것은 규제혁신에 대한 기업의 높은 기대와 정부의 지원 의지가 손뼉을 마주친 결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 샌드박스 성공을 위해 정부의 '적극 행정'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부처에 규제 샌드박스 심의 절차가 신청 기업 입장에서 또 다른 장벽이 되지 않도록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해 주기를 당부했다. 기업 신청만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먼저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적극 발굴하라고 지시했다. 대국민 홍보 강화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적극 행정이 정부 업무의 새로운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 내려야 한다”며 장관 책임 하에 적극 행정의 면책과 장려를 요청했다. 이어 “개별 사례에 우려가 있을 수 있고, 규제혁신에는 이해관계나 가치의 충돌이 따른다”며 “충분한 안전장치로 갈등과 우려를 해소하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군인공제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법률안 2건,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령 일부개정령안 등 대통령령안 5건,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 등 일반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법제처와 국민권익위원회가 과태료 지침관련 합리적 기준 정립 방안과 '2018년도 부패인식지수(CPI) 결과 및 대책'을 각각 보고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도 부패인식지수가 전년 대비 3점 상승한 57점(100점 만점)으로 역대 최고 점수를 받았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권력형 비리와 생활 속 적폐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지적하며 “부패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부패 예방 및 처벌 강화 등 반부패 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역대 최고 점수를 받기는 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OECD 평균(68.1점) 수준까지는 가기위해선 반부패정책협의회의 기능 강화는 물론, 공수처 설치 등 법·제도적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