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크면 어떤 일을 할까요?” 초등학생 질문이 진지하다. 2050년까지 현재 직업 80%가 사라지고 현재 초등학생 60% 이상이 생각조차 못한 새로운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4차 산업혁명으로 단순 일자리는 710만개 감소하고 신규 일자리는 210만개만 생길 것이라는 세계경제포럼(WEF) 발표도 심상치 않다.
4차 산업혁명은 미국에서 주당 근무 시간을 56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였고, 미국 사회학자 맥스 캐플런은 2000년대에 20시간 이하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자율운행자동차에 내몰린 운전기사, 로봇이 대신하는 청소원, 탁월한 인공지능(AI) 영상 분석에 밀려난 의료진, 빅데이터 분석에 굴복한 법조인 등 인간과 로봇 간 직업 경쟁은 가시화됐다. 이미 개점된 계산대 없는 식료품점 '아마존 고'와 일본의 무인편의점, 사람보다 5배 이상의 초밥을 만드는 일본 초밥 체인 구라 매장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감소가 무작정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하루 12시간 이상 근로시간이 8시간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사람들 대부분이 8시간 넘게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여가 시간이 증가했을 뿐이다. 구태여 미래학자 캐플런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하루 4시간 근무시간에 대비, 여가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답이다. 단지 현재의 단순한 놀이에서 탈피하고 의미가 있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문화교실 수준의 요리교실이나 음악수업을 뛰어넘어 산업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일자리 감소보다 먼저 해결할 문제는 직업 변화다. 20년 동안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30년 직업에서 활용하는 시대는 지났다. 로봇, 드론, 빅데이터 분석, 심리치료, 사회복지 등 새로운 직업은 고도의 전문성은 물론 4차 산업혁명과의 친화력을 요구한다. 유연한 노동 시장과 사회 안전장치를 구축하는 한편 새 시대를 준비하는 국민 평생 교육제도를 준비해야 한다.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신입생 감소로 대구미래대학이 자진 폐교했고, 많은 대학이 정부 지원에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수요자 감소에 언제까지 버틸지 미지수다. 대학이 폐교하면 버려지는 교육 공간과 구성원 일자리 문제 등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 지역대학(Community College)이 변신했듯 대학캠퍼스와 인력을 활용해 평생 교육환경을 만들고 사라지는 직업에 대비하기 위한 미래 직업교육으로 미래를 선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물론 지역대학은 직업교육뿐만 아니라 '입시가 아닌 배움'에 목말라 하는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일자리 대책은 연구나 통계 대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 생존의 끈이다.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전문성을 띠도록 지원하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정부는 변화하는 일자리 특성에 맞춘 혁신 교육 정책을 마련하기보다 국민 달래기 정책 일환의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19년도 일자리 정책처럼 예산으로 일자리 통계를 부풀리는 정책은 단기 치료를 위한 마약일 뿐이다. 정부가 똑바로 시행하지 않으면 사회 불균형은 심각해지고 동일한 고용 정책만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제라도 현재의 일자리 정책에만 매달리지 말고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갖기 바란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