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핵융합의 산업적 가치〈1〉왜 핵융합이 주목 받는가

Photo Image
최두환 인애이블퓨전 대표

'CES 2026', 핵융합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 무대에 핵융합 에너지가 등장했다. 세계 최대 가전쇼에 웬 핵융합이냐 싶겠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다.

밥 멈가드 CFS(Commonwealth Fusion Systems) 최고경영자(CEO)가 지멘스, 엔비디아 임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발표한 내용은 주목할 만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으로 SPARC 핵융합로를 설계하고 운영한다. 수년이 걸리던 실험을 이제 수주로 압축할 수 있다.”

CES 무대에서 롤란드 부시 지멘스 CEO는 청중에게 물었다. “AI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기가와트급 전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청정하고, 안전하고, 저렴하고, 사실상 무한한 에너지원이 있다면 어떨까요.”

답은 '핵융합'이었다. 엔비디아와 지멘스가 결합해 실제 핵융합로의 디지털 쌍둥이를 만든다. 핵융합이 더 이상 대학 연구실 이야기가 아니라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CFS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등에서 30억달러 이상을 투자받은 업계 선두 주자다.

◇AI 시대, 전력이 병목이 되다

CES에 핵융합이 등장한 배경에는 AI 시대의 전력 수요 급증이 있다. 챗GPT가 하루 소비하는 전력은 인구 20만명 중소도시 하나와 맞먹는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GPT-5는 기가와트급 전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기가와트는 대형 원자력발전소 하나가 만드는 전력량이다. 차세대 AI 모델 하나를 돌리는 데 원전급 전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MS, 구글,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전력 부족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인허가가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AI 전력 수요는 글로벌 전체 전력의 10%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이제 에너지가 미래 경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2022년 '라이트 형제의 순간'

2022년 12월,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핵융합 에너지 순증에 성공했다.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어낸 것이다. 핵물리학자 애니 크리처는 이를 '라이트 형제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음을 증명한 순간처럼, 핵융합이 에너지원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타임라인도 변화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핵융합은 항상 30년 후”라는 코웃음을 받아왔다. 1960년대에도 “30년 후”, 1990년대에도 “30년 후”였다. 그런데 달라졌다. 현재 업계 컨센서스는 “2030년대 상용화”로 모아지고 있다. CFS는 2027년 SPARC에서 첫 플라즈마를 만들고, 2030년대 초 버지니아에 400메가와트 상업 플랜트 ARC를 가동할 계획이다.

Photo Image
핵융합과 핵분열 비교

◇핵분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핵융합도 원자력 아닌가. 위험하지 않나”라는 질문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핵분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핵분열 사고다. 핵분열은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자를 쪼개면서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통제를 잃으면 폭주할 수 있다. 반면 핵융합은 수소 같은 가벼운 원자를 합치는 태양의 원리다. 연쇄반응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조건이 조금만 흐트러지면 반응이 즉시 멈춘다. 연료 공급을 중단하면 1초 안에 꺼진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핵융합 규제를 핵분열과 분리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그 규제 수준은 입자가속기 수준이다. 포항에 입자가속기가 있지만 포항시민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독일, 일본, 한국도 핵융합 규제완화를 곧 따를 것이다.

◇핵융합의 네 가지 장점:청정, 안전, 경제, 안보

핵융합의 장점은 네 가지다. 첫째, 청정하다. 탄소 배출이 없고 방사성 폐기물도 거의 없다. 나오는 폐기물도 수십년이면 안전해진다. 핵분열의 수만년과 비교할 수 없다.

둘째, 안전하다. 물리적으로 폭발이 불가능하다.

셋째, 경제적이다. 바닷물 1리터에서 추출한 중수소로 석유 300리터 같은 에너지를 만든다. 연료는 사실상 무한이다.

넷째, 에너지 안보다. 바닷물만 있으면 되니 에너지 자급이 가능하다. 산유국에 기대는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민간 투자만 150억달러를 넘어섰다. 7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경쟁 중이다. 빌 게이츠는 “핵융합 발전소를 만들 수 있다면 어디서나 영원히 무한 에너지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제프 베이조스, 샘 올트먼도 개인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선택은

한국에는 'KSTAR'가 있다. 30년간 축적된 지적자산과 데이터는 귀중한 자산이다. 핵융합 분야에서 한국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조선, 철강, 반도체에서 한국은 바닥에서 시작해 세계 선두에 올랐다.

핵융합에서 우리의 능력은 이미 세계 선두권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한국의 차세대 산업으로 키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핵융합은 왜 AI 기업과 함께 움직일까. 다음 회에서는 AI가 핵융합을 앞당기고, 핵융합이 AI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서로의 음양 관계'를 살펴보자.

최두환 인애이블퓨전 대표 dwight@enablefusion.com



〈필자〉 최두환 인애이블퓨전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벨 연구소를 거쳐 벤처기업 네오웨이브를 설립했다. KT 사장과 포스코DX 대표를 역임했다. 광통신, 초고속 인터넷, 방송·통신·인터넷 융합 분야 기술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이를 산업으로 성공시켜 한국의 IT강국 기반 마련에 기여했다. 디지털 전환 선구자로 제조업이 하드웨어(HW) 사업에서 솔루션 사업으로, 나아가 서비스업으로 발전하는 기틀을 다졌다. 이러한 공로와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6년 정보통신 분야 최고 영예인 '한국정보통신대상'을, 2019년 전자공학 분야 최고 영예인 '대한전자공학대상'을 받았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