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 가입 범위를 확대한다. 공유경제 플랫폼도 대상에 넣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관련 연구용역을 외부기관에 맡긴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공유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재보험 제도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손질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전속성' 쟁점…정부, 확대 적용 방침
산재보험 가입 대상 여부는 전속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사용자와 근로자 간 고용관계가 분명하게 확인돼야 했다. 일한 시간과 급여, 계약 내용으로 전속성 유무를 진단한다.
전속성이 확인되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 산재보험 특례 적용을 받는다. 지난해 기준 특고로 지정된 직종은 9개다. 특고에 대한 예시 성격이다. 보험설계사, 골프장캐디,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등이 포함됐다. 매년 적용 직종이 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음식·도소매 분야 1인 자영업도 혜택을 누린다.
정부 관계자는 “전속성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공유경제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특고에 대한 분류 기준이 애매하다. '주로 특정사업주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돼 있다. 자영업자와 근로자 중간 지점에 속한다. 특고 범위가 계속 확장되는 배경이다. 정부가 용구용역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희철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는 “사업 형태와 무관하게 실질을 볼 필요가 있다”며 “공유경제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전속성이 인정된다면 산재보험 보호를 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낡은 법으로 공유경제 옥죌라 '우려'
공유경제 위축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산재보험 대상이라는 것은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는 의미다. 4대 보험을 비롯한 다른 법도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은 국내 환경을 감안하면 플랫폼 운영에 제약이 될 수 있다.
전속성을 판단하는 기존 잣대 역시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근로 형태를 반영하지 못한다. 국내 공유경제 산업이 이제 막 태동한 단계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시장이 형성되기 전 규제부터 설계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글로벌 공유경제 플랫폼에도 같은 의무를 물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국내 기업 부담으로만 돌아간다면 외국 업체와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
한국은행은 2017년 국내 공유경제 규모를 820억원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공유경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올해 초 내국인 대상 숙박공유를 허용했다. 카셰어링(차량 공유) 사업 기준도 완화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산재보험 제도를 재설계하는 방안이 연구용역에 포함돼야 한다”며 “주요 선진국 입법동향을 살펴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유 플랫폼 부담 당장은 없을 듯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자는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자다.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선 특고로 지정, 보호한다.
근로자에 대해선 사업주가 산재 보험료 전액을 납부한다. 특고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반반씩 부담한다. 업종별로 액수는 다르다. 정부의 산업 분류상 요율을 기반으로 산출한다. 배달기사의 경우 월 3만원가량을 낸다.
하지만 실제 보험료를 낼지는 사업주와 근로자 선택이다. 현행법은 임의탈퇴가 가능하도록 했다. 가입 후 자유롭게 탈퇴하도록 길을 열어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특고 9개 직종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2018년 4월 기준 13%다.
전속성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용돈벌이 목적으로 공유경제 플랫폼을 간간히 활용한다면 전속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일정 수준 이상 시간을 투입, 수입을 올리는 종사자에 한해서만 산재보험 대상에 넣을 수 있다.
김용진 노무법인 하이에치알 대표 노무사는 “산재보험을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으로 여기고 대상을 넓히는 것”이라며 “다만 임의탈퇴 제도를 활용하면 당장의 부담은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