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흔들린다. 5000여명에 달하는 넥슨코리아 산하 직원들이 적잖게 동요하고 있다. 총수인 김정주 NXC 대표는 매각설이 불거진 후 '세계 경쟁력을 제고할 방안을 숙고'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한 달 째 침묵 중이다.
그 사이 텐센트, 카카오, 넷마블 등 국내외 게임사와 사모펀드가 공식적으로 넥슨 인수에 참여하거나 검토한다고 밝혔다. 넥슨이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인만큼 매각 과정에서 경쟁력 보호와 제고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업계 및 넥슨에 따르면 넥슨코리아와 자회사 직원 사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기획 파트 한 직원은 “매출은 별로지만 상징성 있는 게임은 매각되면 구조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트 담당 직원은 “주말에 포트폴리오를 정리한다”고 말했다. 이직 기회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보장에 목매지는 않지만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큼 미리 준비하는 차원이다.
핵심 직군 중 하나인 프로그래머도 마찬가지다. 한 개발자는 “이직하려고 알아보는 중”이라면서 “구조조정에 휩쓸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넥슨이라는 대기업 둥지를 벗어나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덧붙였다. 넥슨코리아 자회사 고위관계자는 “출시 준비 중인 게임 일정이 밀릴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넥슨 주요 자회사에서 핵심 팀 이직설이 돌기도 했다. 넥슨 관계자는 “현재까지 팀 단위 대규모 이직이 일어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영진과 노조에 대한 불만도 나오기 시작한다. 넥슨 한 직원은 “당장 이번 달에 매각 예비입찰을 한다는데 경영진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노조 후속조치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넥슨 노조는 1월 초 매각설이 불거진 이후 “넥슨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수천명 고용 안정과 삶의 터전은 위협받지 않아야 한다”면서 “조합원과 직원의 안정된 일터를 지키기 위해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른 노조원은 “노조는 김정주 대표 넥슨 지분 매각에서 중요한 조건이자 변수”라면서 “처음부터 존재감을 나타내지 않고는 나중에 협상력을 얻기 어렵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넥슨 내부 스튜디오 개발자는 “아무리 고용보장은 안 되는 직업이라도 적어도 뭔가 준비할 정보는 줘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임원도 마찬가지다. 넥슨 사정에 정통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넥슨 해외 쪽 임원을 만났는데 '아무것도 공유되지 않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넥슨 안팎 사정을 종합하면 지주회사인 NXC를 중심으로 극소수 인원만이 김정주 대표 넥슨 지분 매각 관련 작업에 투입됐다. NXC와 김정주 대표는 직원 등 인적자원 안정도 최우선에 두고 관련 조건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김정주 대표 입장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구태여 발목잡힐 수 있는 논의를 새로 꺼내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던 넥슨 경쟁력이 지켜져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어야 하고 그 근간은 현재 넥슨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매각 논의가 구체화되는 만큼 김정주 대표 등 책임 있는 사람이 방향과 원칙을 직원과 공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