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내 고성능 컴퓨터 없애고 외부서 정보처리·제어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차량 내 컴퓨터 없이도 자율주행을 하는 기술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과 함께 2020년까지 차량 내 컴퓨터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한다. 통상 자율주행차는 차량·사물간연결(V2X)을 활용하더라도 최종 제어를 차량 내 고성능 컴퓨터에서 담당한다. 하만은 센서와 통신망에서 수집한 정보를 클라우드 컴퓨터에서 연산·처리하고, 실시간으로 차량에 명령을 내리는 방식을 처음 시도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자체 개발한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5세대(5G) 이동통신, 무선기능향상(OTA) 기술을 활용해 실물 컴퓨터 없는 자율주행 솔루션을 2020년까지 완성, 완성차 업체에 제공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한 자율주행 솔루션 선행 기술 개발 계획은 많았지만 양산형 기술은 하만이 처음이다.
하만이 개발하는 자율주행 기술의 차별점은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이다. 차량 내에 고성능 컴퓨터 대신 다대역 컨포멀 안테나를 장착, 클라우드에 있는 고성능 컴퓨터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클라우드 컴퓨터는 차량이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센서를 통해 얻은 정보와 V2X를 통해 받은 주변 차량 및 인프라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차량을 제어한다.
하만이 자율주행 솔루션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는 것은 삼성전자 5G 네트워크와 반도체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5G 통신장비 인증을 받았다. 3.5㎓ 대역 5G 네트워크 장비에 특화된 기술을 갖춘 만큼 V2X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교환할 수 있다. 또 HD맵 데이터, 인프라 데이터 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해킹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하만의 OTA 기술도 적용한다.
삼성전자가 에지 컴퓨터에 적합한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것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에지 컴퓨팅은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가까운 주변 또는 기기 자체에서 데이터를 분산 처리하는 방식이다. IoT 기기와 클라우드 사이에서 데이터를 처리한다. IoT 기기 확산으로 데이터 양이 폭증하면서 이를 처리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만은 클라우드 방식 자율주행 기술 완성을 위해 삼성전자와 1GB/s 대역폭을 지원하는 모듈식 고급 5G 텔레매틱스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5G는 현재 4G(LTE) 표준보다 최대 100배 빠른 속도를 지원해 고속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에서 고해상도 스트리밍을 비롯해 몰입형 가상, 증강현실(AR) 기능, 원활한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빠른 속도로 제공할 수 있다. 차량 내 장착된 등각(컨포멀) 안테나는 클라우드와 에지 컴퓨터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하만은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한 ADAS 솔루션 '드라이브라인(DRVLINE)'에도 자율주행차 기술을 적용한다. 드라이브라인은 삼성전자가 개발한 카메라 모듈, 이노비즈 테크놀로지와 협업한 라이다, 레이더 기술을 융합한 자체 '센서 퓨전' 솔루션이다. 이는 자율주행 레벨 3부터 레벨 5까지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양산형으로 개발하고 있는 솔루션은 레벨 3~4를 대상으로 한다.
하만 자율주행차는 레벨 3 이상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운전 제어권을 사람에게 이양할 때 관리하는 '뉴로센서' 모니터링 솔루션을 적용한다. 뉴로센서는 운전자 시선, 머리 위치, 동공 지름과 같은 가장 중요한 1차 생체 인식 기능을 모니터링 센서로 감지한다. 이는 낮은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에도 적용할 수 있는 동시에 미래 반자율주행 차량 성공에도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방식은 미래 궁극적인 자율주행차 모습으로, 하만과 삼성전자가 차량 내 기기를 최소화하고 통신망을 활용한 완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양산형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다만 지난해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처럼 통신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 '리던던시(대리가능성)'에 대한 보완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