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벤처에 도전해서 성공하면 독립하고 실패하면 재입사 보장.'
직원 창업 파격 프로그램이다. 더 놀라운 건 중소·벤처기업이 아닌 SK하이닉스에서 나온 제안이라는 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대화에서도 '실패 용납'을 혁신 성장의 최우선 전제 조건으로 꼽았다. 최 회장은 “혁신할 땐 무조건 실패한다”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며 정책에 이런 철학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청와대나 중앙부처 공무원을 만나면 종종 성과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청와대가 정책 속도와 성과를 거듭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각종 회의에서 '이제는 국민들에게 구체적 결과를 보여야 할 때'라며 정책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혁신 성장 부문에서의 압박이 가장 거세다.
빠른 성과 달성은 분명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혁신 성장만큼은 기존의 소득 주도 성장이나 공정경제 같은 기준으로 성과를 판단해선 안 된다. 정책 시행과 동시에 효과가 나올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사고와 새로운 도전,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가능하다. 정책 성과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실패를 두려워하고 성공 가능한 일, 하기 쉬운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게 된다. 또 조바심은 결국 무리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는 정책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을 낮추고 정책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에 노력해야 한다. 실행력이 담보되면 성과는 뒤따른다.
최근 혁신 성장 관련 회의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회의가 '업무 진척도' 점검이 아니라 정책 아이디어를 더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오류를 수정·보완하며 정책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혁신이 피어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