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명예회장 결정 따라 한국·일본 롯데 분리 경영 골자
[전자신문인터넷 이상원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수년 간 경영권 분쟁을 이어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해 신동빈 회장의 구속 수감 초기부터 신동빈 회장에게 경영권 분쟁 종결을 위한 화해를 제안한 사실이 밝혀졌다.
8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수감 생활 초기인 지난 2018년 4월부터 세 번에 걸쳐 친필 편지를 보내 화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수감 중이고 재판을 앞에 두고 있어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신동주 회장의 편지에 답변을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제안한 화해안 내용은 당초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를,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를 맡는다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결정한 역할 분담 그림에 따라서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을 갖고,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으로부터 분리된 형태로 한국 롯데그룹 지분을 보유한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가 투자 자회사를 통해 한국 롯데그룹의 지분을 소유하는 상황에서 그룹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일부 상실시켜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갖게 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신동주 회장은 “화해가 실현된다면 일본 경영진도 그 화해 내용에 따를 것으로 보여 나와 신동빈 회장은 각 개인과 일본 경영진들이 보유하고 주식 등으로 일본 롯데그룹 각 사의 3분의 2 이상의 의결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일본 회사법에 따르면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을 지배할 수 있으면 일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의결권이 없는 주식으로 변경하는 종류 주식 제도를 이용해 일부 주주만이 특정 회사의 의결권을 갖는 구조로 바꿀 수 있다”며 “이런 절차를 통해 신동빈 회장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일본롯데 계열사들이 대주주인 회사)로부터 호텔롯데와 그 밖의 한국 롯데그룹 회사를 독립시키고, 나는 광윤사를 통해 롯데홀딩스와 그 밖의 일본 롯데그룹 회사를 독립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주 회장은 화해안 실현이 롯데그룹의 영속적 발전과 한국 사회‧경제에도 이점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집행유예로 석방된 신동빈 회장이 지금 당장 일본의 이사직에서 해임당할 일은 없을지 모르지만 고등법원 판결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에 보다 엄격한 일본 경영진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재 일본 롯데가 지배구조상 한국 롯데위에 있는 구조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향후 한국 롯데그룹 경영진이 일본 경영진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언제라도 일본 경영진들 입장에 따라 해임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한국 롯데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일본의 자본상 지배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2016년 롯데 경영 비리에 대한 대규모 검찰 수사로 백지화된 바 있다.
일각에선 신동빈 회장의 석방으로 향후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검토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으나 실현된다 해도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의 최대주주이며 의사결정에 있어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화해안이 실현된다면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도 경영권과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점이 있다. 현재 롯데홀딩스지분율이 4%에 불과한 신동빈 회장은 불안정한 경영지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매출이 100조원에 달하는 한국 롯데그룹 전체를 손에 넣게 된다.
즉, 한국롯데가 진정으로 한국 기업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이미 3년을 넘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피할 수 있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싹을 근절할 수 있게 되는 것도 큰 이점이다.
신동주 회장은 지금까지 몇 번이라도 주주제안을 하겠다고 공언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 화해가 실현된다면 경영권 분쟁은 안정화될 것이며, 중국사업 등의 난제와 실적 악화가 현저한 한국 롯데그룹도 경영 재건에 전념할 수 있게 돼 화해의 의미는 크다. 화해 안에 대해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주목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상원기자 slle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