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무려 38.5%나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뒤 3개월 만에 곤두박질쳤다. 이유는 반도체 경기가 빠르게 식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는 전환기에 급물살을 타는 경향이 있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질 것 같으면 세트 업체나 유통업자는 재고를 줄이고, 구매도 미룬다. 반대로 가격이 오르면 재고 비축 경쟁을 펼친다. 불과 3개월 만에 '온탕'에서 '냉탕'으로 바뀐 것도 이런 유통 시장 특성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예상대로 다시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면 상황이 또 급반전될 수 있다. 실제로 가격 하락을 예상해 메모리 구매를 미룬 서버 업계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처럼 메모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슈퍼호황이 재현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를 의식해 시설 투자를 미루고 메모리 공급량을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공급 과잉을 적절히 조절, 과거처럼 메모리 경기가 추락하는 사태를 막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장비·부분품 등 후방산업계다. 반도체 업체가 시설 투자를 미루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실상 '수주 절벽'을 경험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최악의 보릿고개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올해 후방산업계는 '위기 경영'이 화두다.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관건이다.
장비 투자도 반도체 경기처럼 급반전된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 미룬 시설 투자가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후방산업계가 어렵다고 생산 시설이나 인력을 무조건 줄일 수 없는 이유다. '투자 밀물' 전환 때 제대로 된 생산 시설이나 인력이 없으면 해외 경쟁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 위기에 생존하면서도 앞으로의 호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그래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위기라고 움츠러들기보단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에 더 투자하는 역발상 전략을 모색해 볼 만하다. 더 크고 더 단 과실은 그렇게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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