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47>3M 혁신 방식

혁신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나누는 어림법칙(thumb of rule)이 하나 있다. 최근 4년 동안 출시한 신제품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느냐는 것, 어디서 왔는지도 아무도 잘 모르지만 이른바 '30% 룰'로 불리며 기업 수익과 미래 생존을 보여 주는 가장 명료한 지표로 통용된다.

모든 최고경영자(CEO)의 꿈은 무엇일까. 3M처럼 혁신 제품을 출시하고 고수익을 지속하면 어떨까. 바람처럼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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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신제품이라 하지만 대개 기존 제품보다 조금 나아진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 에릭 폰히펠 교수는 이런 제품 연장과 점진 개선은 요즘 같은 시장에서라면 성장보다 후퇴를 위한 완벽한 조건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공 혁신은 반복할 수 없을까.

폰히펠 교수는 어디에 함정이 있는지 보았다. 원인은 두 가지였다. 첫째 기업을 근시안으로 만드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내일이 있으려면 오늘 살아남아야 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그러자니 기존 제품과 기존 고객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원인도 있다. 실상 해 본 적도 가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어찌 할지를 모른다.

혁신의 대명사인 3M조차 그렇다고 자인했다. 1920년대 스카치테이프, 1970년대 포스트잇을 각각 만들던 그 3M이었다. 이런 3M이 1990년대 중반 들어와 침체에 빠진다. 어느 순간 수익 대부분을 기존 제품에 의존하고 있었다.

경영진은 새로운 목표를 하나 세운다. '4년 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신제품으로 전체 매출의 30%를 얻는다.' 1996년 9월 첫 프로젝트로 감염 부위 확대를 방지하는 외과수술용 드레이프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997년 11월 3개의 신제품과 의료용 제품 개발 계획, 거기다 헬스라는 새 사업 분야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3M은 이 혁신 방식을 체계화한다.

3M이 자신과 다른 기업의 브레이크스루 혁신에서 찾아낸 공통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중요한 상업 아이디어, 심지어 원형 상당수가 생산자 대신 사용자에게서 왔다. 둘째 이런 발견 대부분이 리드유저 또는 선도자라고 불리는, 시장을 한참 앞서가 있는 기업·조직·개인에게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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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혁신 브레이크 시스템을 찾는다고 하자. 이것이 필요한 것은 누굴까. 미국 나스카(NASCAR) 자동차 경주팀은 어떨까. 혹 항공기 제조사라면 어떨까. 값비싼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여간 큰 손해가 아니다. 웬만한 비용도 아까울 리 없다. 실상 안티로크브레이크시스템(ABS)이 처음 사용된 곳이 항공 산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첫 전자식 ABS가 사용된 곳도 콩코드 여객기다. 수술용 접착제도 월남전 당시 지혈용으로 순간 접착제를 임시 처방한 데서 왔다.

누가, 왜 만들었는지도 모른 채 혁신 기업 기준으로 여겨지던 '30% 룰'은 실상 3M 자신이 정체돼 있음을 깨달았을 때 던진 채찍질이었다.

이제 한번 생각해 보자. 모든 기업엔 각자에 맞는 혁신 방식이 있다. 이것이 '혁신 제1원칙'이다. 이제 누군가와 혁신을 놓고 의논을 시작해 보자. 혁신이 전화 한 통화 너머에 있을지 모른다. “커피 한잔 할 수 있을까요. 실상 내게 고민거리가 있답니다. 무척 중요한.”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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