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년기획]슈퍼앱 '그랩'...창업 7년 만에 아시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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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은 동남아시아 우버로 불린다. 아시아 최대 온·오프라인 연계(O2O) 기업을 꿈꾼다.

가능성은 현실이 됐다. 동남아시아 지역 8개 나라, 235개 도시에 진출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이 포함됐다. 실적도 뛰어나다. 그랩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은 모바일 기기가 1억대를 넘겼다. 드라이버 710만명을 확보했다. 하루 600만건이 넘는 운송 서비스를 처리한다.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힌다. 2012년 라이드 헤일링(차량호출) 앱으로 시작했다. 차량공유 사업을 추가했다. 지금은 결제, 주문, 배달, 금융 분야까지 섭렵했다. '생활 필수 슈퍼앱'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이 같은 광폭 행보는 투자자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랩은 자체 투자 유치 프로그램을 통해 50억달러 이상 자금을 유치했다. 소프트뱅크, 토요타, 우버, 디디추싱 등 내로라하는 투자사, IT기업이 참가했다.

다만 한국 사업 계획이 없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 캐피탈, 현대·기아차, SK그룹이 잇따라 투자금을 넣었다. 삼성전자도 그랩에 러브콜을 보냈다.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동남아시아 시장 혁신과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차세대 테크기업을 발굴, 양성하는 그랩 벤처스를 세웠다. 그랩 기술을 공개하는 오픈 플랫폼도 출시했다. 밍 마(Ming Maa) 그랩 사장에게 성공 비결과 향후 계획을 물어봤다.

-그랩 성공 비결을 꼽자면.

▲그랩은 동남아시아 최초로 자생적으로 성장한 기술기업이다. 동남아시아 현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지향점을 기반으로 지역별 특화 상품을 선보였다. 그랩 앱은 여러 버전이 있다. 진출한 모든 도시마다 하나씩 존재한다. 전략은 적중했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특정 시장을 위한 맞춤형 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도시별 고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현지 시장에 주목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랩은 다시 진화한다. 오픈 플랫폼 전략을 내세웠다. 조만간 음식, 배달, 셔틀, 헬스케어, 여행, 금융 서비스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그랩페이(GrabPay)도 모바일 월렛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그랩 파트너는 각자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그랩 내 상점과 드라이버는 소득 증대 기회를 얻는다. 그랩은 동남아시아 디지털 경제 원동력이자 가속장치로 거듭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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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초기 상황이 궁금하다.

▲2012년 6월 5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설립됐다. 마이텍시(MyTeksi)라는 택시 예약 서비스로 첫발을 내딛었다. 그랩 공동 창립자 안소니(Anthony)가 사비를 털어 투자했다. 창립 멤버들은 드라이버가 밀집한 도심 산업지구 내 허름한 원룸 오피스에서 일을 시작했다. 드라이버를 설득, 차량 공유 서비스에 합류시키는 데 매달렸다.

-창업 후 고속 성장 계기는.

▲운이 좋았다. 앱 출시 당일 1만1000건이 넘는 예약이 몰렸다. 시스템이 중단될 정도였다.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그로부터 1년여 후 필리핀과 싱가포르로 사업 영토를 넓혔다. 2014년에는 베트남과 태국에도 진출, 안정권에 진입했다.

-성공에 도움을 준 조력자는 누구인가.

같은 비전을 가진 투자자들이다. 2014년부터 버텍스 벤처 홀딩스, 힐하우스캐피털, 소프트뱅크, 디디추싱으로부터 잇따라 투자를 받았다. 2018년에는 우버 동남아시아 사업권을 인수했다. 우버 CEO였던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가 그랩 이사회에 합류했다. 같은 해 6월에는 토요타로부터 10억달러 상당 투자를 유치했다.

-정부 정책이 도움이 됐나.

▲그랩은 역동적이고 복잡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활동한다. 때문에 규제당국과 지속 소통한다. 그랩과 규제당국은 비슷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일례로 그랩은 교통서비스 대안을 제시, 교통 체증을 완화한다. 은행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동남아시아 수백만 주민을 위해 포용적 금융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랩이 규제당국 파트너로 불리는 이유다. 동남아시아 지역 많은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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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 마(Ming Maa) 그랩 사장.(사진=그랩 제공)

-고비는 없었나. 어떻게 극복했나.

▲기술 인력 활용이 가장 큰 숙제였다. 우버나 디디추싱과 달리 기술 인재 기반이 없었다.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실리콘밸리, 베이징 같은 토양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그랩은 동남아시아 인재 풀을 새로 확립해야 했다. 세계 일류 엔지니어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엔지니어링팀과 연구개발(R&D)팀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자카르타, 싱가포르, 호찌민시티, 방갈로르, 베이징, 시애틀에 글로벌 R&D센터를 세웠다. 지금까지 동남아시아 기술기업 중 누구도 이 같은 혁신 인프라를 일궈내지 못했다.

-전통산업과 마찰은 없는지.

▲그랩은 파트너십 기반 비즈니스로서 교통, 결제 등 전통산업 내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그랩은 처음부터 택시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택시 드라이버, 택시 회사 모두와 손잡았다. 이들은 그랩 플랫폼 주요 이해 당사자다.

싱가포르에서는 택시 운전사들이 그랩 앱을 통해 더 많은 일을 구한다. 택시 회사를 위한 예약 플랫폼도 출시했다.

결제 시장에 나설 때도 비슷한 접근 방식을 적용했다. 최근 그랩은 태국 금융재벌 카시코른뱅크(KBank)와 전력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결제 솔루션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은행권 서비스에서 소외된 4억명이 온라인에서 상품과 재화를 구매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진출은 언제 결심했나.

▲그랩은 설립 첫날부터 동남아시아를 위한 기업이었다. 현재도 온전히 이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내 다양한 국가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한국 투자사들과 어떤 일을 추진할 계획인가.

▲그랩은 파트너십과 투자를 결정할 때 매우 전략적 접근법을 택한다. 그랩 비즈니스를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다. 현대, 삼성전자, SK그룹과는 기술을 이용해 더 큰 공익을 추구한다는 비전을 공유했다. 기술 혜택을 받지 못한 수백만 동남아시아 인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협업을 강화한다. 지속 가능한 교통과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일할 기회가 많을 전망이다. 현대는 자동차산업 글로벌 리더다. 미래 지향적 사고를 갖고 있다.

그랩은 효율적 주문형 서비스 솔루션을 개발, 도로 위 차를 줄일 방침이다. 환경 친화적 차량 도입에도 나선다. 전기차는 대기오염,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동남아시아 교통 인프라를 바꿀 것이라고 확신한다.

SK그룹과는 차세대 교통 서비스 분야에서 힘을 모은다. SK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 세계적 리더다. 주문형 이동수단 및 공유 자동차 부문에도 관심이 많다.

많은 한국기업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길 기대한다. 급성장하는 소비자층과 250억달러 규모 교통 시장을 갖춘 지역이기 때문이다. 결제시장 규모도 5000억달러에 이른다. 그랩은 나라별 수도는 물론 외딴 마을과 도시에도 진출한 상태다.

-한국 진출 계획은.

▲없다. 앞서 말했듯 동남아시아에만 전념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 창업 환경은.

▲두터운 중산층과 새롭게 등장한 젊은 소비자층이 다양한 기회를 창출한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반면 소비자 요구를 충족할 근본적 인프라는 매우 부족하다. 모바일 기술과 성장하는 소비자층, 인프라 수요가 결합된다면 성공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랩 벤처스를 통해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밝은 미래는 기업가, 혁신가 손에 달렸다.

-국내 스타트업에 조언한다면.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 요구에 집중해야 한다. 꿈을 크게 가지라는 뜻이다. 그랩은 항상 A에서 B 지점으로 사람을 이동, 수수료를 받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안전한 배달,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지만 그랩 미션은 늘 소상공인을 디지털 경제에 참여하도록 유도, 이익을 주는 데 맞춰져 있었다. 소비자에게는 필요한 재화, 서비스를 편하게 얻도록 했다.

-중·단기 계획 및 장기 목표는.

▲그랩은 단순한 차량호출 서비스가 아니다. 동남아시아 O2O 모바일 플랫폼 선구자다. 사용자에게 필수적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슈퍼앱으로 도약했다. 앞으로도 교통, 음식, 결제, 금융을 넘어 다양한 새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그랩은 파트너들에게 그랩 영향력, 유통채널, 기술 등을 전달하는 오픈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더 많은 파트너와 손을 잡을 것이다. 사용자에게 계속 어필할 수 있는 풍부한 생태계를 만들 목표다. 더욱 민첩하고 기민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Who Is ?]밍 마 그랩 사장

2016년 10월 그랩 사장에 취임했다. 싱가포르 본사에서 근무 중이다. 그랩 전체 자본 구조 관리 및 기타 기업 활동을 총괄한다. 전략적 파트너십, 투자, 신규 시장 전략 개발, 실행 업무도 맡고 있다.

밍 마 사장은 미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12년간 재무·투자 전문가로 경험을 쌓았다. 그랩에 영입되기 전에는 글로벌 테크기업 소프트뱅크에서 라이드셰어링, 전자상거래 부문 투자를 총괄했다.

자카르타에 본사를 둔 앙코라 캐피털 매니지먼트에서도 일했다. 총 책임자(Principal) 역할을 맡았다. 골드만삭스 머천트 뱅킹사업부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당시 일본 도쿄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약했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이공계열 학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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