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통화정책이 외국인 자본 유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26일 발간한 'BOK 경제연구; 통화정책이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간 중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자본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된 것으로 추정됐다.연구진은 금융위기 이전과는 달리 현재는 자본유출입과 콜금리 두 변수 사이의 뚜렷한 관계를 육안으로 식별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통상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은행권 콜금리도 따라 오른다. 콜금리는 은행·보험·증권업자 간 이뤄지는 초단기(통상 30일 이내)에 적용되는 금리다.
콜금리는 2005년 3분기부터 2008년 3분기까지, 그리고 2010년 2분기부터 2011년 3분기까지 각각 1.7%포인트(p)와 1.3%p 상승했다. 해당 기간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구분하면 2005∼2008년 중 자본유입이 증가한 반면 2010∼2011년 중에는 뚜렷한 자본유입 증가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 시행된 양적완화 영향으로 확대된 국제유동성이 국내 금리 결정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시기를 고금리, 저금리로 구분했을 경우, 저금리 시기 정책금리 조정에 따른 자본유출입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고금리 시기 금리 인상이 자본유입을 증대시키는 반면, 저금리 시기에는 금리를 내려도 자본 유출에 별 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 이유로는 금리조정에 따른 국내 투자수익률 변화와 투자자 미래경기에 대한 기대감 간의 상쇄 효과를 들었다.
금리인하는 국내 투자수익률을 낮춰 자본을 유출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투자자의 기대감을 키워 자본을 유입시키는 유인으로도 작용한다. 통상 경기가 호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소비자물가를 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리를 내리기 때문이다. 자본 유출 유인과 자본 유입 유인이 서로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이다.
다만 금리가 1%대 수준에서는 정책금리 수준이 낮아질수록 통화정책이 자본 유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간 중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통화정책의 완화정도가 축소되는 경우 통화정책이 자본이동에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한다”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