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간 '1조원 소송전'에 LG전자가 합류했다. 퀄컴과 계약 재협상이 난항을 겪는 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빠진 자리에 LG전자가 대신 들어오며 공정위는 LG전자, 애플,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와 새롭게 연합군을 구성하게 됐다. 중반으로 접어든 소송전에 변수로 작용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LG전자가 공정위와 퀄컴 간 소송에서 피고(보조 참가)로 최근 합류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LG전자, 애플,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와 함께 퀄컴을 상대로 소송전을 진행하게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법인 태평양 대리로 LG전자가 소송전에 합류했다”면서 “최근 서울고등법원 변론에 LG전자가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LG전자의 소송전 합류는 삼성전자가 빠진 자리를 대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6년 말 공정위가 퀄컴의 특허 남용을 적발,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데 대해 퀄컴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퀄컴 위법 행위는 휴대폰·통신칩셋 업체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삼성전자와 애플,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가 공정위 측 보조 참가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올해 초 퀄컴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확대 개정하면서 소송에서 빠졌다. 공정위로선 든든한 우군이 이탈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LG전자가 새롭게 합류하면서 소송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소송 대응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조 참가 기업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삼성전자 이탈로 '도미노 이탈 현상'도 우려됐지만 LG전자가 참가하면서 공정위로선 이 같은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소송에서 한 발 물러나 있던 LG전자가 합류한 것은 계약 재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정위는 휴대폰 업체 요청 시 퀄컴이 특허 라이선스 계약 재협상에 나서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는 퀄컴과 재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과 접점을 찾지 못한 LG전자도 직접 소송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소송전 참가는 재협상 시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퀄컴과 공정위 간 소송전은 중반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총 11차례 변론·심문이 진행됐다. 새해에는 1월 21일, 23일 변론이 예정됐다. 이후에도 수차례 변론·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재판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효력정지신청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며 공정위에 다소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효력정지신청은 본안과 직접 관련이 없고, 퀄컴이 공정위 결정에 대해 “사실과 다르고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어 어느 쪽에도 유리한 상황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효력정지신청을 검토할 때 본안도 일부 고려하지만 크게 관련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현재로선 재판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