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해외로 눈 돌리는 '롯데-CJ-신세계'…글로벌 시장 공략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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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식음료 업체가 한류를 접목시킨 'K-유통'과 'K-푸드' 등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각종 규제와 한정된 시장,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국내에서 큰 성장을 도모하기 힘들어지자 글로벌 시장 공략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 등 미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 CJ 등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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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센터 하노이 전경

롯데그룹은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발맞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사업이 축소되자 동남아 시장 공략에 본격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글로벌 롯데'를 통한 해외시장 개척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신 회장은 출소 두 달여 만에 첫 비즈니스 출장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며 현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을 직접 챙겼다.

롯데그룹 지난해 해외 매출은 10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4개국 매출은 약 7조원으로 전체 57%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사업 철수를 결정한 중국(13%)은 물론 미국(9%), 유럽(7%) 등을 압도하는 수치다.

2016년까지 롯데의 베트남 총투자금액은 1조8000억원이며 지난해 롯데의 베트남 매출액은 1조600억원으로 해외 진출 국가 중 중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매출은 롯데가 진출한 전체 해외 매출액 중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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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베트남 남사이공점 전경

베트남에는 롯데제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지알에스, 롯데시네마, 롯데자산개발, 롯데호텔 등 16개 롯데 계열사가 진출해 있으며 임직원 1만1100여명이 일하고 있다. 롯데마트 13개점과 롯데백화점 2개점, 롯데리아 23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곧 하노이에 롯데마트 14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2020년까지 중형 점포를 중심으로 87개까지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롯데는 베트남에서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치민시가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백화점 △쇼핑몰 △호텔 △오피스 및 주거시설 등으로 구성된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을 앞두고 있다. 롯데는 '에코스마트시티'에 첨단 기술과 친환경 시스템을 접목해 2014년 완공한 '롯데센터하노이'에 버금가는 랜드마크로 건립할 계획이다. 하노이에도 비슷한 콘셉트의 복합단지 '롯데몰하노이'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현지법인을 설립한 롯데컬처웍스는 올해 11월 자카르타에 첫 롯데시네마를 개관했으며 롯데자산개발은 현지 부동산 개발 및 사회기반시설 확충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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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 회장(가운데)이 미국 LA에서 그룹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주요 경영진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CJ는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미주 지역을 글로벌 사업의 핵심 전략지역으로 삼고 식품·바이오·물류·문화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CJ는 미국 식품 기업인 애니천(2005년)·옴니(2009년)·TMI(2013년)·카히키(2018년) 등을 인수하며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6년에는 캘리포니아에 R&D센터를 구축했으며 최근에는 대한통운이 미국 물류기업 DSC로지스틱스를 인수, 제일제당이 그룹 사상 최대 규모인 총액 18억4000만 달러(약 2조원)에 미국 냉동식품회사 슈완스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식품 사업 철학인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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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센터 전경

가장 주목을 받는 인수합병(M&A)는 쉬완스컴퍼니다. 1952년 설립된 냉동식품 전문 업체로 전국 단위 냉동식품 제조 인프라와 영업 네트워크 역량을 갖추고 있다. 미국 내 17개 생산 공장과 10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 기업과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툰다.

쉬완스컴퍼니 인수로 CJ제일제당은 세계 최대 가공식품 시장인 북미를 본격 공략할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 CJ제일제당은 기존 캘리포니아·뉴욕·뉴저지·오하이오 등 5곳에 보유한 생산기지가 4배 이상인 22개로 대폭 확대된다.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물류·유통·영업망도 동시에 확보된다. 코스트코 등 일부 대형 유통 채널에 집중돼 온 '비비고' 등 기존 CJ제일제당 브랜드 제품들이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장기적으로 두 회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융합한 경쟁력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인근 국가로의 시장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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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마켓 미국 전경

정용진 부회장의 신세계그룹도 이마트를 필두로 미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이마트는 매장 오픈과 함께 현지기업 인수를 함께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미국 공략에 나섰다. 중국 시장 실패 경험을 발판 삼아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지난 7일 미국 서부지역을 거점으로 운영 중인 '굿푸드 홀딩스'를 인수 사실을 밝혔다. 인수 금액은 2억7500만달러(한화 3075억원) 상당이다. 굿푸드 홀딩스는 '브리스톨 팜스' '레이지 에이커스' '메트로폴리탄 마켓' 등 3개 유통 브랜드를 보유한 지주회사로 로스앤젤레스(LA)와 시애틀, 샌디에고 등 미 서부지역에 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로써 이마트는 내년 1호점을 열 'PK마켓' 등 총 4개 브랜드를 미국에 보유하게 됐다. 이마트는 지난 8월 LA 다운타운 지역에 프리미엄 그로서란트(그로서리+레스토랑) 매장인 PK마켓을 열기 위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마트의 굿푸드 홀딩스 인수는 현지인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인수함으로써 미국 시장에 연착륙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 타진할 '디딤돌'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미국인에게 생소한 'PK마켓'으로만 진출할 경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업체를 운영해 이미 확보된 중산층 고객을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 내수 전문 기업으로 손꼽힌 유통·식음료 업체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앞다퉈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각종 규제, 관습 등이 없는 해외 시장에서는 제품 경쟁력만 갖춘다면 충분히 경쟁해 볼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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