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는 글로벌기업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한 구체적 제도 개선 방안을 핵심 주제로 논의했다.
개인정보보호와 관련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글로벌기업 규제 역외적용 명문화 등 협의회가 논의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성과가 적지 않았다. 부가통신서비스 대리인제도, 임시중지제도 등 실효성 확보를 위한 입법을 지속하는 일은 과제다.
◇대리인 지정·역외규정 입법 '성과'
대표 성과는 글로벌기업의 개인정보보호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도입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해외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을 지정,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요청 등 업무 연락과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소통창구 도입이 필요하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논의 과정에서 대리인에게 법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자기책임 범위를 벗어나고 외국기업에 차별적인 규제라는 비판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대리인지정제도가 유럽연합(EU)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고 자료제출 등으로 의무를 한정하면 자기책임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반론이 맞섰다. 논쟁 끝에 개인정보에 한정한 대리인제도가 필요하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내년 3월 대리인제도가 시행되면 그동안 글로벌기업이 본사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 침해 사건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킨 행태가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역외규정 도입 역시 상징적 의미가 크다.
협의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적용한다”는 내용의 역외규정 명문화에 합의했다.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도 국내와 동등하게 실태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규정도 마련돼 실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역외규정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적용할 법조문을 지정해 구체화하고 글로벌 기업에 대한 세부 조사 절차를 마련하는 일이 과제가 됐다.
◇대리인의무 확대·국제공조 방안 등 '과제'
협의회에서 격렬한 논쟁 끝에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용자 보호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지속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 개인정보보호에 한정된 대리인 지정제도를 부가통신서비스 전반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글로벌 기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 '현지주재' 조항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반발했다. 하지만 대리인 의무를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금지행위 조사와 자료제출 등 의무로 한정할 경우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 수준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고 현지주재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선택은 국회 몫이 됐다. 국회는 비판 의견을 참고하되 부가통신사 대리인지정제도가 글로벌 기업 불공정과 이용자 피해를 방지할 핵심 제도 장치라는 점에서 입법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조사 실효성 확보를 위해 임시중지제도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를 이어가야할 부분이다.
협의회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실효적 역차별 해소를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도 의견을 확인했지만 구체적 제도와 세부 협력 방안까지 도출하진 않아 추가 논의가 필요한 과제로 지목됐다.
ICT 전문가는 “일부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제도적 측면에선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면서 “남은 상생협의회 논의 과제는 향후 국회 입법 논의에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