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중이온가속기 '라온' 구축에 꼭 필요한 구성장치 연동시스템을 우리 기술로 개발했다. 2021년 준공 예정인 라온의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약 13억원에 달하는 수입대체·비용절감 효과도 낼 수 있게 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 산하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은 라온의 1000여대 구성장치를 동기화하는 '타이밍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라온 개발에 꼭 필요한 핵심 요소다. 라온을 비롯한 중이온가속기는 중이온빔을 광속 절반 수준까지 가속해 희귀동위원소를 만들어내는 첨단 거대 설비다.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이온원, 입사기, 초전도가속모듈, 전자석, 냉각시스템, 표적시스템 등 모든 구성요소가 하나처럼 움직여야 한다.
타이밍시스템이 이들에 수마이크로 초 이하로 고정밀 시각(타이밍)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전까지는 국내 기술이 없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도 핀란드 시스템을 쓰고 있다.
사업단은 지난 6월 시제품을 완성했다. 이후 성능과 안전성을 보완, 최근 본제품 제작에 착수했다.
시스템은 경제성에 주안점을 뒀다. 기술을 프로그래머블 반도체에 집적한 시스템 온칩 방식으로 구현했다. 짧은 시간에 소프트웨어(SW) 개발이 가능하고, 저전력으로 높은 성능을 내도록 했다. 중앙처리장치(CPU)·타이밍보드 통합, 오픈소스 운영체제(OS) 적용으로 구축비용을 절감했다.
그러나 성능은 낮지 않다. 수 마이크로초 수준 정밀도로 GPS동기화 시각정보를 제공하고 기준 시각 정보인 '트리거 신호' 정밀도는 12.3나노초다. 전송률은 외산 제품의 2배인 3.25Gbps며, 2078종의 이벤트코드를 제공한다. 이벤트코드는 요소별 작동명령으로, 기존 외산 장비의 코드 수는 256개에 불과하다.
사업단은 내년 하반기까지 시스템 본제품 106대를 확보해 설치할 계획이다.
권영관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 직무대행은 “협력사와 함께 타이밍시스템을 우리 기술로 개발했다”며 “장차 라온의 무궁무진한 활용연구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