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인 '26만대'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질적인 성장에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팔리는 차량 대비 부족한 정비 인프라, 높은 수리비용을 비롯해 아우디·폭스바겐 '디젤게이트', BMW '화재 리콜 사태' 등 초대형 사건까지.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수입차 시장 확대도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올해 내수시장 부진 속에서도 지난해보다 13% 이상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달성한 사상 최대 판매치인 24만3900대를 넘어 26만대 고지까지 넘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수입차 시장 성장 배경에는 아우디·폭스바겐 '복귀'가 있었다. 이들은 2015년 디젤게이트, 2016년 연비조작 이후 환경부로부터 인증 취소 및 판매정지 조치를 먹은 뒤 약 2년 만에 올해 판매를 재개했다. A6, 티구안, 파사트GT 등 적지만 알찬 라인업으로 돌아와 현재 폭스바겐이 판매 4위, 아우디 5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이 시장에서 화려한 부활을 했지만, 과거 문제는 여전히 안고 있다. 검찰과 법원에서는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 사장을 비롯해 디젤게이트 관계자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수사와 소송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17조원이 넘는 배상금과 4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었지만,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고객 배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우디·폭스바겐은 마케팅 활동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서 시작된 '불법인증' 문제는 계속해서 드러났다.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선 결과 닛산 '캐시카이'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 BMW 배출가스 성적서 조작, 포르쉐 배출가스 성적서 조작, 메르세데스-벤츠 부품 변경 미인증 등을 적발했다. 디젤게이트 이후 정부가 잡아낸 불법 인증 차량만 30만대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부과한 과징금도 약 1500억원 이상이다.
BMW코리아는 올해 수십대 차량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하면서 42개 차종, 10만6317대 차량에 대해 대대적인 리콜을 실시했다. 국토교통부는 안전을 위해 리콜 대상 차량 운전자에게 운행을 자제하라는 권고까지 내렸다. BMW코리아는 화재 원인으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이상을 꼽으며 모듈 전체를 교체해주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은 중간경과보고를 통해 'EGR 밸브' 결함을 화재 원인으로 파악했고, 이달 중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업체의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해 급성장 과정에서 '관행'과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은 처음 개방된 1987년 10대에 불과했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 26만대 수준으로 급성장했다”면서 “디젤게이트, 화재사태 등이 '성장통' 역할을 하면서 건전한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 정책이 필요하고, 업계에서는 소비자 편의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조급한 행정처리를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