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부원장 “의료수익 성장 가능성 낮아, 기술 사업화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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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부원장

“현행 단일보험제도에서 국내 병원 의료수익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결국 연구역량을 강화해 사업화를 추구하는 게 해답입니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부원장은 의료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는 국내 병원이 선택할 대안은 기술사업화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90% 이상 치중된 의료 수익을 연구·기술 수익으로 전환해야 재정 건전성과 의료 서비스 고도화를 이룰 수 있다.

백 연구부원장은 “미국 메이요 클리닉을 포함해 선진 병원은 연구 부문 매출이 많게는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의료와 연구 균형을 갖춘다”면서 “우리나라는 모든 병원이 환자 진료, 수술에만 매달린 결과 현재와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빅5' 병원으로 일컫는 대형병원 5곳 중 4곳이 의료수익이 적자거나 하락했다. 국립대병원 10곳 중 9곳 역시 의료수익은 적자다. 병원은 의료수익을 높이기 위해 환자유치 경쟁이 뜨겁다. 고급 의료기기를 구매하거나 신규 병원까지 짓는다. 백 연구부원장은 과열경쟁은 병원, 환자 모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의료수익을 높이려면 환자를 많이 봐야 하는데, 병상을 증설하거나 신규 병원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면서 “많은 재원을 투입하는 만큼 효과가 있어야 하지만, 단일보험 체계에서 의료수익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지 단순히 병상 수만 늘려서 환자를 더 많이 보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기존 연구개발(R&D)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게 연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대형병원 매출 중 연구부문은 10%가 채 안 된다. 병원이 연구역량을 강화하면 의료기기, 신약, 의료 서비스 개발 등 성과를 거둔다. 수요자이자 공급자가 되면서 시장 적용도 빠르다. 세계적 의료 수준을 보유한 우리나라 병원이 레퍼런스가 된다면 글로벌 진출도 어렵지 않다.

R&D 결과물을 이용한 기술사업화가 어려웠던 것은 규제와 인력 부족 탓이다. 병원은 사업화를 담당할 구심점(산병협력단) 설립이 원천적으로 막혔다. 이 기술로 비즈니스를 하는 자회사 설립도 금지다. 대학병원은 대학 소속 산학협력단을 통해 기술사업화를 추진했지만, 이 역시 수익은 대학으로 귀속된다.

백 연구부원장은 “병원이 사업화를 추진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대학을 통해 일부 진행했지만, 본격화하는데 장애물이 많았다”면서 “법규제와 함께 사업이나 기술 투자 가치를 판단할 전문가도 부족해 기술사업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에 적지 않은 R&D 예산을 투입했다. 병원이 진행한 연구 과제는 대다수 논문 등에 그친다. 기존 연구 결과물을 사업화로 이어지게끔 투자가 필요하다.

그는 “국내 병원이 처한 수익성 문제는 기술사업화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재투자할 여건이 마련된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면서 “기존 R&D 결과물을 데스밸리 없이 사업화로 연계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규제를 개선한다면 혜택은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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