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리 사이아니스의 ‘염소의 저주’는 협박죄가 성립할까? 커브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현직검사가 ‘스포츠 에피소드를 법률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책 ‘검사의 스포츠’를 출간해 화제다. 책을 펴낸이는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 양중진 부장검사이다. 지난 8월 삼국지를 벌률적으로 해석한 ‘검사의 삼국지’를 출간한 있는 양중진 부장검사는 이 책을 통해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스포츠에서 일어나는 각종 에피소드를 법률적으로 해석해 놨다.
# A는 길가에 주차를 하다가 인근 가게 주인인 B와 시비가 일었다. 처음엔 말다툼으로 시작했지만 싸움이 점점 커졌다. 결국 B가 A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화가 난 A도 주변에 있는 야구공을 집어 들고 B를 향해 던졌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뜯어말려 두 사람의 싸움은 상처 없이 끝났다. 경찰서에 연행된 두 사람은 서로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유효할까. 결론적으로 A는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B는 처벌되지 않는다.
- <2부 기기묘묘한 반칙의 세계> 중에서
# “점당 얼마짜리 고스톱부터 도박인가요?” 검사가 되고 난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가운데 하나다. ‘고스톱’은 한때 국민오락으로 불렸다. 그런데 오락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처벌이 되기도 한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돈을 얼마 정도 걸어야 도박죄가 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느 경우에 처벌이 되고, 어느 경우에 처벌이 되지 않는지 묻는 사례가 많다.
- <3부 선수는 공인이다> 중에서
타자가 친 공이 담장을 넘어 관중석으로 들어가면 사직구장에는 이런 외침이 들린다. ‘아~주~라!’ 공을 아이에게 주라는 구수한 사투리가 만들어낸 사직구장 고유의 문화 가운데 하나다. 아주라는 외침이 울려 퍼지면 공을 집어든 어른은 주변의 아이에게 공을 건네곤 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직업병이 도지는 사람이 있다. 법무부에서 법교육을 담당했던 양중진 부장검사다. 스스로 필드에서 뛰는 것도 즐기고 관전도 좋아하는 자칭 스포츠광 양중진 검사는 법률의 시선으로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바라본다. 과연 ‘아주라’는 강요죄에 해당될까?
‘검사의 스포츠’는 못 말리는 스포츠광의 직업병 이야기다. 저자 양중진 검사는 축구장, 야구장, 농구장 등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법률가의 시선으로 풀어놓는다.
그의 엉뚱한 상상력은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에서 있었던 사건에서도 가동된다. 시카고 컵스의 광팬이던 빌리 사이아니스가 1945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 염소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가 ‘냄새가 심하다’는 관중의 항의로 쫓겨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다.’ 그의 저주는 실제로 실현된 듯 108년간 시카고 컵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이 이야기는, 그러나 양중진 검사의 눈에는 ‘협박’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과연 빌리 사이아니스의 저주는 ‘협박’에 해당할까? 협박죄의 요건을 하나씩 살피는 저자는 천재지변과 같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에서는 협박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염소의 저주는 그저 구장에서 쫓겨난 빌리의 분풀이일 뿐이라는 얘기.
저자의 관심사는 그러나 흥밋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법률을 지배하는 정신을 토대로 프로경기의 규칙도 살펴본다. 예컨대 승부차기가 대표적이다. 처음 축구 경기에서는 무승부가 나면 동전으로 승자를 결정했다. 그러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승부차기가 도입됐는데 이때부터 양 팀이 번갈아 공을 차게 됐다.
그런데 법률 전문가인 저자의 시선에는 이게 불편하다. 운의 개입을 막고 실력으로 승부를 가리자는 취지를 지키려면 승부차기는 양 팀에 공평해야 한다. 그런데 축적된 통계에 따르면 먼저 차는 팀의 승률이 60%에 이른다. 즉 승부차기는 먼저 차는 팀이 유리한 방식이었다. 저자는 이 방식이 지닌 문제를 지적하며 그래서 최근에는 각 세트별로 먼저 차는 팀을 계속 바꾸는 방식이 도입됐다고 설명한다. 스포츠도 공평의 정신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관심사는 프로스포츠 전반에 폭넓게 걸쳐 있다. 파울을 선언한 심판을 향해 ‘돈을 세는 동작’을 취한 선수에게 물어야 잘못에 대해서도 말하고, 보상판정이 갖고 있는 문제도 지적한다. 경기 전에 선수단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는 심판의 행동도 언급하고, 같은 잘못에 대해서 나에게만 휘슬을 부는 심판에게 항의하는 선수의 잘못된 평등권 주장에 대해서 말한다.
책은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상황을 소개하며 저자는 법률의 초석을 이루고 있는 주요 개념을 설명하는 데서 시작해 명예훼손, 사기, 폭행, 성희롱, 지적재산권, 협박, 절도, 정당행위, 손해배상, 재물손괴 등 경기장 밖의 룰을 알뜰히 소개한다.
유명 스포츠인들의 추천사도 흥미롭다.
선수들이 매일 겪는 일상과, 어렵기만 했던 법지식을 함께 엮어 쉽게 풀어낸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소중함은 선수들에게 ‘왜,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스포츠는 서로 배려하면서, 즐기면서 해야 한다. 한순간의 승리를 위해 영원히 비난받을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 스포츠를 지배하는 이념은 법과 마찬가지로 정의, 즉 정정당당이기 때문이다. -홍명보-
은퇴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양중진 검사님이 어려운 법률분야를 알기 쉽게 강의해 주셨다. 승부조작, 불법도박, 성폭력, 모욕, 명예훼손 등 포괄적인 분야는 물론 빈볼, 벤치 클리어링과 같은 야구의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법적인 설명도 꽤 흥미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의 행동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겐 판단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나를 꼼꼼히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이승엽-
이 책은 훌륭한 지도자이자 좋은 동료 같은 책이다. 그간 엘리트 스포츠 교육이 애써 외면해 온 그래서 우리가 잃어버린 정정당당과 배려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게다가 어렵게만 느껴지는 법을 우리에게 익숙한 스포츠에 녹여 쉽게 설명했다.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좋은 사람, 좋은 선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현주엽-
[저자] 양중진은?
2000년 검사가 되어 서울, 부산, 광주, 고양, 남원에서 근무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법무담당관, 법무부 부대변인,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등을 거쳐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