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27>크라우드 기반 생태계가 스타트업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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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 크라우드펀딩 기업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산업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상이라면 정부 부처나 협회에서 발간할 법한 산업 동향을 기업이 나서 발간한 셈이지만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운영하는 크라우드넷 통계와 각 중개사가 공개한 정보를 기반으로 했다고 하니 객관성은 갖춘 듯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처음 시행한 2016년 상반기와 올 상반기를 비교하면 모집 금액 기준으로 약 2배, 투자자 수 기준으론 약 4배 성장했다. 투자 분야 역시 종래 주종을 이루던 식음료(F&B)·교육·라이프스타일·여행레저 외에도 데이터솔루션, 생활가전, 환경에너지, 결제보안 등 다양한 분야로 넓어졌다.

또 수혜 기업 가운데 70%가 기업 가치 50억원 이하, 업력 3년 이하의 스타트업이라고 한다. 이보다 2개월 앞선 6월 금융위원회가 크라우드펀딩이 상장 전 창업·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 발행 한도를 연간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한 것도 이 같은 긍정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금융위 기대가 실현되기까지 몇몇 걸림돌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크라우드펀딩이 십시일반의 자금 조달 방식이지만 그렇다고 소비자가 져야 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유명 모바일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프로젝트가 펀딩 목표 7억원은 무난히 달성했지만 만기일을 앞두고 상환을 연기한 적도 있다.

이 점에선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목표를 달성해서 펀딩에 성공해도 제품 생산과 납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펀딩에 실패할 경우 어려움은 더 커진다. 크라우드펀딩이 사업 성공 가능성에 유용한 검증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벤처 캐피털리스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확률이 떨어지는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런 여러 제약에도 제도가 지닌 긍정 기능에 많은 전문가가 주목하는 듯하다. 그런 만큼 조언도 몇 가지 있다.

첫째는 크라우드 기반 스타트업 생태계다. 실상 크라우드펀딩이 보여 주는 것은 변화하는 스타트업 환경인 만큼 그 성공 역시 이런 크라우드 방식이란 생태계가 성숙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런 만큼 변화하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 요소가 뭔지 따져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양질의 콘텐츠다. 이것 없이 크라우드펀딩 시장도 활성화될 수 없다. 정부가 크라우드펀딩을 둘러싼 제도 개선에 머무르지 말고 연구개발(R&D)이나 창업 교육 같은 관련 정책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여기 있다. 대형 투자자가 적극 나서지 않는 점도 생태계 관점에서는 큰 제약일 수 있다. 스타트업이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후 출구 전략이 잘 작동되려면 이들 역할이 필요하다.

소비자 인식도 성숙해져야 한다. 한 모바일 게임 앱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에서 보듯 그것이 누구 잘못이건 크라우드펀딩은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고객의 위험과 손실을 보호할 방법을 찾으면서 소비자 인식이 성숙될 수 있도록 정부나 중개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와 더불어 후원기부형을 더욱 활성화시키는데 정부가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귀담았으면 한다.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이 자본 조달 전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초기에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시간을 갖고 지켜봐 줄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런 만큼 정부 역시 기능과 역할을 과대평가하거나 자칫 너무 앞서가지는 말아야 하겠다. 괄목할 만한 실적을 기대하는 것보다 좋은 성과를 중히 여기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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