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술규제 혁신은 혁신성장 추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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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은 인간의 자유를 끊임없이 확장시켰다. 인류 역사는 자유 확장 역사이며, 기술 발전이 자유 확장을 추진한 동력이었다. 그러나 안전하지 못한 기술을 사용한 제품은 때로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불이 치솟고, 휴대폰이 폭발하기도 한다.

안전하지 못한 기술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는 국가에 있다. 국가는 국민 보호를 위해 기술 규제를 한다. 기술 규제는 국민 건강 및 안전과 환경 보호 같은 공익 실현을 위해 제품·서비스의 특성, 제조 방법, 공정 등에 안전과 함께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도록 규제를 한다.

기술 규제 대표 사례로는 표준, 기술 기준, 시험·인증과 같은 적합성 평가 제도다. 화재와 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기용품 안전 기준을 제정하고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치를 정하는 것도 모두 기술 규제로, 바로 기술 기준이다. 인증기관은 제품과 서비스가 기술 기준에 적합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인증을 거부, 시장에서 판매될 수 없도록 한다.

기술 규제를 구성하는 각종 기준은 과학 시험과 검증, 국제 기준과 비교 같은 합리 타당한 절차를 거쳐 정한다. 기준을 얼마나 높게 잡을 것인가, 즉 규제 정도를 결정할 때는 사회 눈높이와 수용 가능성을 고려한다. 규제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없는지도 정부가 기술 규제 정책으로 면밀히 검토한다. 또 시간도 오래 걸리다 보니 한 번 정해진 규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지간해선 없어지지도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자 모든 것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등장했다. 그러나 적합한 기술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거나 여러 기술을 융합해 만든 제품을 기존 기술 기준으로 평가하는 불합리한 상황도 벌어진다. 실제로 충분히 안전한 제품인데 기존 기술 기준에 맞지 않아 제품을 제조해서 판매하지 못하거나 새 기준이 제정될 때까지 시장 출시가 지연되기도 한다. 낡은 기준이 기술 발전 혁신을 저해하고 새로운 제품 생산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꾸준히 발전하고 변화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반해 기술 규제는 안정성을 속성으로 해서 쉽게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 기술 규제도 기술 발전에 적합하게 끊임없이 혁신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정부는 기존 기술 규제, 인증 제도가 신기술과 신제품 등장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조사해서 개선해야 한다. 중복되거나 유사한 규제는 없는지, 기술 발전으로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규제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정비해서 기술 규제를 합리화하고 혁신시켜야 한다.

아무리 혁신 기술과 제품이라 해도 낡거나 비합리한 기술 규제에 막혀서 시장에 나오지 못할 수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경쟁력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규제하는 기술 기준의 합리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 규제를 더욱 적극 혁신하도록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혁신 성장은 기술 규제를 혁신할 때 비로소 추진력을 얻는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yyi@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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