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내년 정부 재정 1000억원을 투입, 총 5000억원 규모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한다. 2010년 발행 중단 이후 9년 만이다.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에도 낮은 신용등급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기업에게 혁신 성장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 길을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4일 중진공에 따르면 P-CBO 발행으로 중소벤처기업 직접금융을 지원하는 '혁신일자리창출금융' 사업을 위해 내년 신규 예산 1000억원이 편성됐다.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통과했다.
P-CBO는 중소·벤처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신용을 보강해 우량등급 유동화증권(ABS)으로 전환, 시장 매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설비투자 등 대규모 자금을 은행 등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안정적인 고정금리로 조달 가능하다. 손실 위험이 큰 후순위채를 정부가 책임지는 대신 대규모 민간 자금이 중소기업에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형태다.
올해 초 취임한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도 P-CBO 재발행을 최우선 사업으로 꼽았다.
이 이사장은 4월 첫 기자간담회에서 “기보나 신보 보증서도 못 받고 은행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중소·벤처기업이 많다”며 “중진공이 보유한 혁신 기업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P-CBO 발행을 추진, 기존 금융 지원 정책이 품지 못한 기업의 성장 디딤돌이 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진공은 과거 2000년부터 2010년까지 22번에 걸쳐 자산유동화채권을 발행, 중소기업 자금조달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 자산유동화채권 발행 규모는 2조8486억원으로 중진공은 후순위채 5335억원(18.7%)을 인수했다.
기업 담보·보증 부담이 없고 융자나 대출에 비해 지원액이 커 저신용 중소기업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후 저금리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 유동자금이 확대되면서 발행은 중단됐다. 당시 후순위채 인수액 가운데 2561억원만 회수돼 재정투입액 기준 높은 손실률(52%)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진공은 내년 혁신성장 잠재력과 기반을 갖춘 일정 신용등급 이상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 등 주식연계형 사채 위주로 기초자산을 구성하고 유동화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20% 내외를 후순위증권으로 인수, 선·중순위증권 시장성을 확보하고 신용성을 보강해 5000억원 규모로 사채 발행을 지원한다.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 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대상 기업 선별을 위한 기업심사센터도 신설한다. 기존 금융권과 같은 정량평가는 물론이고 기업 성장성을 평가하는 정성평가를 접목, 잠재 유니콘 기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신용평가사와 협업으로 2차 심사도 진행한다.
오현세 중진공 융합금융처장은 “과거에는 카드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등으로 일부 손실률이 크게 나타난 부분이 있으나 이번 사업은 경기 상황과 대상 기업에 차이가 있다”며 “어느 정도 업력이 있고 매출이 발생하지만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잠재 중견기업 대상으로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