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버려지는 의료데이터, 표준화 시급

선진국 중심으로 의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산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세계 의료 분야 AI 시장 수익 규모가 2014년 약 7120억원에서 2021년 748조원으로 약 1000배 증가가 전망된다. 의료 분야 AI 스타트업도 2011년 이후 급속히 탄생해, 새로운 산업군을 형성하고 있다.

의료 AI 산업 발전은 축적된 데이터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의료 데이터는 신약 개발, 혁신 의료기기 개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에 활용된다. 이미 진료시스템 효율 제고에 AI와 빅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최첨단 설비를 갖춘 국내 대형병원에는 다양한 분야 의료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5대 상급병원조차도 의료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달에 약 90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의료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 이상이 버려진다는 것이다. 국내 병원에는 비정형 데이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의료 빅데이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병원은 데이터 표준화 기반을 갖추지 못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의료 데이터 표준 확보와 안전한 활용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의료계에서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HR)과 의료용영상저장전달장치(PACS) 데이터는 실제 활용에 들어갔다. PACS는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등에 의해 촬영한 의학용 영상정보 저장·판독·검색 등 기능을 통합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산업·연구 목적으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병원이 영상 기록 단계부터 표준화된 형태,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저장해야 하는데 아직 한계가 있다. 제한 활용이 되고 있는 EHR도 표준화가 돼 있지 않아 데이터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대형병원 중심으로 데이터 표준화에 노력하고 있다. 의료데이터 표준화와 같은 거대 프로젝트에는 예산이 필요하다. 국가 표준화 기관이 나서서 의료데이터 표준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미래 한국 의료계 자원인 의료 빅데이터가 무의미하게 버려지지 않도록 정부가 표준화의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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