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3D 입체음향 기술, 새 '소리 혁명'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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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용 엑스페리 코리아 대표

전 세계에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같은 첨단 기술이 등장하면서 상상력과 몰입도를 강조한 콘텐츠도 부각되고 있다.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혁신 기술과 결합, 급성장이 예상된다.

콘텐츠는 시각·청각 요소, 비디오·오디오로 나뉜다. 그동안 콘텐츠 제작자와 전자제품 제조사는 시각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1979년 영국 인기 밴드 버글스는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를 히트시키며 라디오 시대 슬픈 운명을 예견했다. 이후 1981년에 개국한 최초 음악 전문 TV 채널 MTV는 비디오 시대가 본격 시작했음을 알렸다. 음악 감상조차도 귀가 아닌 눈으로 즐기는 시대를 선언했다. 비디오가 주류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영상 디스플레이 기술은 4K를 넘어 8K까지, 3D를 넘어 VR·AR까지 진화했다. 반면 오디오 기술은 발전이 다소 더뎠다.

최근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로 오디오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음성이 사용자와 AI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소리 산업 발전 가능성을 무한히 넓혔다. 글로벌 기업은 스마트폰·자동차 등 고품질 사운드를 내세운 제품을 앞 다퉈 출시하며 '오디오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을 비롯한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는 차별화된 오디오 경험을 강조한 모바일 디바이스와 이어폰·헤드폰 등 제품을 내놓으며 현장감 있고 생생한 사운드를 재생하는 3D 입체음향 기술을 적용한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악·영상의 2D 사운드는 실제 현장에서 듣는 소리와 큰 차이가 있다. 사람이 실제로 듣는 소리는 머리의 위, 아래, 앞, 뒤로 360도에서 전달한다. 각 음원 위치나 방향뿐만 아니라 음원을 둘러싼 공간(음장)과 관련된 공간 단서를 포함시켰다. 2D 사운드는 청취자와 음원 사이 거리나 방향과 무관하게 소리 높낮이, 좌우 출력 크기가 일정하다. 입체음향은 음향에 공간 정보도 갖췄다. 청취자가 소리를 들었을 때 방향·거리·공간감을 지각할 수 있어 실제 현장에서 소리를 듣는 듯한 경험을 준다.

입체음향 솔루션에는 '채널 기반 오디오'와 '객체 기반 오디오' 두 종류가 있다. 널리 쓰이는 채널 기반 오디오는 설정된 수 채널을 통해 오디오 신호를 스피커로 전송한다. 처음부터 스피커 개수·배치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에 정해진 스피커 개수·배치가 갖춰지지 않으면 입체 사운드를 경험하기 어렵다. 그러나 객체 기반 오디오는 오디오 신호를 개별 객체 단위로 구분하고 각 객체 위치·크기 등 정보를 메타데이터에 넣어 이를 함께 전송한다. 스피커 위치·개수와 상관없이 청취 환경에 최적화된 입체음향을 구현한다.

현재 입체음향 기술 트렌드는 채널 기반 오디오에서 객체 기반 오디오로 넘어가고 있다. 객체 기반 오디오는 영화, 게임, 블루레이 디스크, 모바일 기기, 사운드바 등에 적용되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객체 기반 오디오 기술은 실제 소리가 발생하는 위치와 이동 폭을 계산, 사운드를 배치·재생한다. 사운드 채널 숫자나 스피커 레이아웃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휴대형 디바이스에 적용돼 사용자가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웅장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이전에는 입체 사운드를 즐기기 위해 입체음향을 지원하는 영화관을 찾거나 값비싼 장비·시설을 갖춰야 했다. 객체 기반 오디오 기술이 대중화하면서 청취자는 좀 더 적은 비용으로도 입체음향을 경험한다. 오디오 기술 미래는 소리의 방향과 원음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될 것이다. 객체 기반 오디오 기술은 이 동향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유제용 엑스페리코리아 대표 Jea.Yoo@xp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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