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부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41대 대통령이 별세했다. 향년 94세.
부시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밤 10시 10분 텍사스 주 휴스턴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부시 가족의 대변인인 짐 맥그래스의 성명을 인용해 AP·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아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은 트위터로 발표한 성명에서 “젭과 닐, 마빈, 도로와 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경이로운 94년을 보낸 뒤 돌아가셨음을 슬픈 마음으로 발표한다”면서 “그는 아들·딸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아버지이자 최고의 인물이었다”고 강조했다.
파킨슨병으로 투병해온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17일 73년간 해로해온 부인 바버라 여사가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뒤 입원을 반복했다. 7개월여 만에 부인 곁으로 갔다.
부시 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1966년 텍사스 주 하원의원 당선으로 정계에 입문해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국무부 베이징연락사무소장,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지냈다. 1988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 민주당 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누르고 당선돼 이듬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라크에 침략 당한 쿠웨이트를 해방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1991년 '걸프 전쟁'에서 약 43만 명 대군을 파병해 승리를 거뒀다.
부시 전 대통령은 거대한 세계사적 변화의 중심에서 4년 임기를 보내며 냉전종식을 선언하는 주인공이 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탈냉전의 분위기가 싹트던 시기에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1989년 12월 미·소 정상회담을 통해 40여 년에 걸친 냉전 종식과 동서화합을 선언했다.
이후 경기 침체와 만성적인 재정 적자 등 국내 경제적 요인으로 민심을 잃으면서 1992년 대선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에게 져 재선에 실패했다.
2000년 대선에서 장남 조지 W. 부시가 백악관 입성에 성공하면서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부자(父子) 대통령' 대열에 올랐다.
케네디가 못지않은 정치 명문가로 자리매김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한 이후로는 고향인 텍사스 주로 돌아가 노후를 보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