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ESS-3D프린팅, 중기간 경쟁제품 폭탄…신성장산업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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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으로 유망 신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3D프린팅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운영위원회를 통과했고, 중소벤처기업부 고시만 남았다.

하지만 업계에서 불거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논의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결국 대기업과 중견기업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기업 및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많은 중소기업 역시 ESS 같은 신성장 분야는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으로 얻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핫'한 ESS 시장에서 발목 잡힌 대기업·중견기업

에너지 효율적 사용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ESS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나투자증권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은 2022년까지 연평균 53% 성장이 예상된다. 세계 ESS 시장 규모는 2015년 1.7GWh에서 2017년 4.9GWh로 가파르게 성장했고,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20.4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액 기준으로도 올해 23억5200만 달러에서 2022년 71억300만 달러로 3배 가까이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ESS 시장 성장속도는 더 빠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SS 보급 규모는 1.8GWh로, 지난해 상반기 89㎿h 보다 20배나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보급 규모는 지난 6년간 총 보급량 1.1GWh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 같은 성장성을 보고 테슬라와 중국 BYD가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들었고, 애플, 구글, 벤츠 등도 기술 개발에 나섰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서도 삼성SDI와 LG화학, 효성 등 국내 대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은 내년부터 3년간 국내 시장 진입에 제한이 걸렸다. 전력변환장치(PCS) 용량 기준으로 250㎾ 이하인 경우 참여할 수 없다. 단순히 국내 시장 일부를 배제하는 차원이 아니다. 국내 시장에 신기술을 신속하게 적용하고, 검증한 기술을 해외로 확산하는 사업 전략에 제동이 걸린 것이 더 큰 문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PCS 주력제품인 250㎾를 조건으로 한 것은 실효성이 없고, 사실상 시장 대부분에 참여가 불가능한 것”이라면서 “공공시장뿐만 아니라 민간시장까지 대기업을 배제하는 분위기가 확대될 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중기 보호'vs'산업 경쟁력 강화'…정확한 득실 따져야

중소기업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역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까지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것을 견제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확한 시장 분석을 거쳐 선정해야 부작용이 없다. 중기 보호라는 가치에만 매몰돼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을 하는 것은 문제다. 특히 이제 막 커가는 신산업분야라면 더욱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

과거에도 센서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뒤 국내 산업계 경쟁력이 약화됐고, 시장도 외산 업체에 잠식당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 ESS와 3D컴퓨팅을 신규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한 것을 놓고 과거 센서와 LED 조명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SS는 다양한 융복합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ESS를 구성하는 기술은 배터리,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전력변환장치(PCS), 전력관리시스템(PMS), 수배전반, 변압기 등으로 다양하다. 중기간 경쟁제품을 신청한 기업은 대부분 PCS 관련 기술만 갖췄다. 배터리나 BMS 등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데도, ESS 전체를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신청해 논란이 컸다. ESS는 장기간 유지보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배터리 문제 발생시 책임소재 논란으로 인해 배터리 전문업체가 BMS까지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D프린팅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조달시장 확산에 일조한 신도리코가 중견기업이라는 이유로 내년 사업부터 참여에 제한이 생긴다. 성장하던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물론이고, 신도리코 스스로도 투자 요인이 줄어든다.

◇중소기업간 차별 논란도

ESS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논의 과정에서 중소기업간 의견차이도 컸다. 이번에 ESS를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신청한 곳은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이다. 여기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전기공사협회 등이 일제히 반대 의견을 냈다. 전기공사협회에 소속된 1만5000여개 중소기업도 반대 의견을 냈다.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역시 반대의견을 냈다. 국내 ESS 산업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시장이 형성돼 있고, 중소기업 중에서 시장 점유율이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곳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ESS 분야 한 중소기업 대표는 “국내에서 PCS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은) 독과점권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대기업과 협력하는 중소기업의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어차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시장을 나눠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구조에서 문제가 있는 것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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