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의 헌법상 처리 시한(12월2일)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여야 대립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심사를 끝맺지 못한데다 본회의 일정 역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여야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470조원에 달하는 예산 중 4조원의 세수 결손 대책에 대한 공방으로 예산소위 심사 일정이 지연되면서 본회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예산 처리 속도는 국회 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개정 국회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와 비교해도 느리다. 12월 6일에 처리됐던 지난해보다도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촉구하며 예산안 처리와 연계할 방침이어서 예산 정국의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전 회동을 열어 추후 본회의 일정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다음 달 7일에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거부했다.
예결위는 지난 22일부터 내년도 예산안의 감액·증액을 심사할 예산소위를 가동했으나 여야 대립에 따른 잦은 파행으로 활동 시한이 이날까지도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심사 과정에서 여야 이견으로 보류된 사업도 많아 예년처럼 예결위 여야 간사만 참여하는 소(小)소위 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소소위가 심의한 내용을 본회의에서 올려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여야 예결위 간사들은 이날부터 12월 2일까지 사흘간 소소위를 진행하고, 12월 3일 오후 본회의에서 예산안 의결을 목표로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심사가 보류된 예산에 대한 여야간 현격한 의견차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4년 선진화법에 따른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12월 6일에 예산안을 통과시킨 지난해를 제외하면 장기간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없었다.
2015년에는 여야 공방 끝에 법정시한을 50분가량 넘겼고, 2016년에는 법정시한 이튿날인 12월 3일 오전 4시에 가까스로 처리했다. 사실상 법정시한을 지킨 셈이다.
올해의 경우 예결위 활동 시한인 이날까지 감액심사조차 마무리되지 못해 최악의 경우 12월 9일로 종료되는 정기국회 내 처리가 불발돼 예산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를 따로 열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