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T 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병원 피해와 운영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일부 병원에서 외부망 장애가 발생하면서 환자 불편이 가중된 데 따른 재발방지 차원이다. 대형병원도 전산팀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자체 점검을 실시했다.
보건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서울 서대문구 KT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산하기관, 의료기관 통신망 운영 현황을 조사 중이다. 서대문구 일대 병원의 세부 피해상황 파악과 운영 현황을 점검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
신제수 복지부 정보화담당관은 “복지부 산하기관은 자체 조사를 마쳤고, 의료기관은 병원협회를 통해 피해상황과 운영실태 등을 점검 중”이라면서 “재발 방지 대책과 정부 지원 분야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24일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근 병원 외부 통신망이 마비됐다. 화재 지점에서 약 3㎞ 떨어진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KT 통신망을 쓰는 의료진과 직원용 콜폰이 먹통 됐다. 의료진 간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진료에 차질을 빚는다. 응급실에서는 전산시스템 장애로 응급환자의 건강보험 대상자 파악도 어려운 데다 각종 결제 기능도 마비됐다.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는 2시간가량 전산 차트 시스템이 먹통돼 응급실을 폐쇄했다.
현재 화재, 천재지변 등 재난·사고 발생에 따른 병원 외부망 장애 대책은 전무하다. 병원 본연 기능은 진료, 수술, 원무 등 핵심 시스템은 내부망을 구축해 장애 훈련을 실시하지만, 외부망 장애에는 취약하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점검을 계기로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대응방안을 마련한다. 사이버 보안 등 논리적 안전에 초점을 맞춘 의료기관 공동보안관제센터(의료ISAC)와 병원협회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물리적 안전 강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외부망 점검, 이중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도 대대적 시스템 점검과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전화, 인터넷 모두 KT 통신망을 썼던 세브란스병원은 공용폰을 타 통신사로 이중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도 자체 점검 결과 대부분 통신회사나 기지국 등을 이중화했다. 추가 이중화 계획과 물리적 안전성 강화 대책을 논의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현재 외부망은 KT 강동과 송파 기지국으로 이중화해 문제 발생 시 바로 전환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면서 “대책회의를 열어 정교한 안전대책 마련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도 “화이트코드(내부망 장애) 대응 훈련은 꾸준히 진행해 대비책이 마련됐지만, 이번 외부망 장애 대응이 어렵다는 것을 파악했다”면서 “인터넷망에 이어 의료진 공용폰 등 외부망도 이중화해 사고를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