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의 화성 착륙은 '공포의 7분'으로 불리는 최종 고비를 넘고 이룬 쾌거다. 발사부터 항해, 도착까지 모든 과정이 어렵지만, 착륙 직전 마지막 단계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공포의 7분은 탐사선이 화성 대기권에 진입해 하강·착륙까지 이어지는 시간이다. 을씨년스러운 이름이 붙은 이유는 착륙까지 험난한 과정 때문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속도'다. 인사이트호는 화성 대기권 돌입 당시 속도가 시속 2만㎞에 달했다. 이 상태로 대기 최상층부인 고도 125㎞에서 최종 0㎞까지 속도를 줄여야 한다. 로켓 역분사 같은 추가 과정이 필요하다. 정밀한 사전 계산이 없으면 화성 표면과 충돌을 피할 수 없다.
대기 마찰과 이에 따른 높은 온도도 넘어야 할 벽이다. 탐사선은 화성대기와 만나 극심한 마찰을 겪으면서 고열에 직면한다. 화성의 경우 대기가 지구의 1% 정도로 희박하지만 마찰에 따른 최고 온도가 1500도를 넘는다. 높은 성능의 열 보호 시스템과 소재 내열성, 첨단 방열 장비 등을 갖춰야 한다.
열뿐만이 아니다. 탐사선 표면이 깎여나가는 '삭마' 현상도 일어난다. 음속의 스무배 가까운 속도의 바람이 탐사선을 때리면서 표면이 훼손된다.
이런 표면 변화는 탐사선 파손 가능성을 높이면서 예상 착륙 장소를 벗어나게 하는 요인도 된다. 표면 형상 변화로 부위별 공기저항이 달라지면 비행 각도가 달라질 위험이 크다. 탐사선이 내열성뿐만 아니라 높은 내구성도 갖춰야 하는 이유다
탐사선 착륙을 제때 제어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구에서 쏜 통신 신호는 화성 탐사선에 6분여가 걸려 도달한다. 실시간 제어는 꿈도 꿀 수 없다. 더욱이 공포의 7분에 돌입하면 통신은 착륙시기까지 완전히 끊긴다. 화성 대기에 돌입한 탐사선의 운동에너지가 화성 대기와 부딪히면서 플라즈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하를 띤 플라즈마는 지구와의 통신을 차단한다. 착륙과정에 문제가 발생해도 지구에서는 한참 뒤에야 상황을 알 수 있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인사이트와 같이 실제 화성 표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려면 수많은 첨단 기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수많은 국가가 도전장을 냈지만 성과는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60년대 이후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각국에서 화성 탐사선을 보냈지만 이 가운데 40% 정도만이 화성에 도착했다.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준비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재료연구소, 전북대와 협력해 내년 연구시작을 목표로 두고 있다.
최기혁 항우연 미래융합연구부 박사는 “대기권 돌입 관련 연구를 곧 시작할 계획”이라며 “기초연구 단계에서 시작하지만 향후 미래 우주 개발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